나의 친애하는 전기자전거 FVL의 계기판이 고장 났다. 이틀 동안 비를 맞은 것이었다. 나는 날씨 예보를 보는 것을 좋아해서 잠들기 전에 내일 날씨를 알아보는 습관이 있다. 강수 확률과 비가 내리는 경우에는 강수량, 그날의 아침 기온과 정오, 저녁 기온을 체크한다.
하지만 전기자전거에 비를 맞히게 되었던 그 전날에, 나는 내일 날씨를 알아보기가 싫었다. 이상하게도 내일 날씨를 검색해 보지 않은 것이다. 오전 7시, 나는 집에서 출발해 전기자전거를 타고 미아사거리역 6번 출구 앞에 있는 자전거 주차구역에 FVL을 세우고 자물쇠를 잠갔다. 그러고는 안장을 툭툭 치며 말했다.
"3일 후에 돌아올거야. 잘 있어."
나는 출장 업무로 부안에 내려가는 것이었다.
커다란 야자수잎이 네온사인으로 반짝이는 투 해븐 모텔 304호에 짐을 풀고는 담배를 입에 문 채 TV를 켰다. YTN의 기상 캐스터가 전국적인 강풍과 폭우를 주의하라고 말했다.
나는 담배를 피우며 강풍과 비바람이 몰아치는 한 밤 중, 금속에 얽매인 자전거들 왼쪽 끝에 비바람을 맞고 있는 FVL을 떠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