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중에 술을 사는 것은 오랜만이었다.
나는 은색 대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는데, 부드러운 밤의 세계가 머리 위로 펼쳐졌다. 적막한 밤이 거리에 내려앉았다. 나는 팔을 휘저으며 편의점으로 걸었다. 쓰레기 수거 트럭 한 대가 시동이 걸려 있는 채로, 도로 가변에 세워져 있었다. 환경미화원은 보이지 않았다. 나는 마침 신발 끈이 풀어져, 트럭 헤드라이트에서 나오는 빛으로 신발 끈을 묶었다. 밤의 허리를 꿰뚫는 광선 안에 먼지들이 떠다녔다.
나는 트럭을 지나쳐 얼마쯤 다시 걸었는데, 어디선가 전자기타의 속주 소리가 들려왔다. '아니, 이런 한밤중에 왜 헤비메탈 기타 소리가 들리는 거지?'
나는 어리둥절해서 주위를 살폈지만 아무도 없었다. 기타 소리는 어디에선가 계속 흘러나왔다. 나는 어리숙한 도둑처럼 기타 소리가 들려오는 골목으로 걸어갔다. 골목길이 번개와 천둥으로 번쩍이며 진동하고 있는 것만 같았다. 기타 소리를 쫓아 정신없이 골목길을 돌아다니고 있는데, 저 앞에 불 꺼진 상점이 보였다. 나는 상점 앞으로 갔다. 상점 앞에는 계단식으로 설치된 조잡한 나무 가판대가 있었다. 그곳에서 60대로 보이는 어떤 남자가 헤비메탈을 틀어놓고 술을 마시고 있었다.
그 남자는 어깨까지 내려오는 희끗한 머리카락에, 청자켓을 입고 있었다. 하의는 본래 색을 알 수 없는 회색으로 해진 통 넓은 반바지였다. 그는 부랑자로 보이지는 않았다. 아마도 이 근처에 살고 있는 사람일것이다. 그는 술을 많이 마신 것 같았는데―가판대에 술병 여러 개가 나뒹굴고 있었다―그의 코끝이 빨갛게 되어있었다. 나는 그가 앉은 자리 한켠에 놓인 소형 스피커를 발견했다. 스피커에서 뇌를 수천 개의 바늘로 찌르는 듯한 기타 속주가 빗발치고 있었다. 이 세상에 태어나 지금껏 들어보지 못한 헤비메탈이었다. 별빛처럼 영롱하지만 순간을 매섭게 몰아치는 이름 모를 기타리스트의 속주가 밤이 내려앉은 어깨 위를 뒤흔들고 있었다.
그 남자와 나는 서로를 쳐다보았다. 스피커에서 나오는 기타 음이 전력처럼 공중에 머물러 있다가, 밤하늘로 치솟아 올랐다.
기타 속주가 마침내 어떤 극에 도달해 끝이나자, 나는 그 남자의 시선을 뒤로하고 골목에서 벗어나 편의점으로 가려고 했다. 내가 그를 등지고 돌자, 그 남자는 웃음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그의 웃음소리는 밤하늘에 파고들 정도로 점점 커지기 시작했다. 나는 집으로 돌아와 편의점에서 구입한 짐빔 200ml를 마시며 생각했다. 그 남자의 웃음소리를.
글이란 것은 갈고 닦을수록 빛이 납니다. 제가 보기에는 아직 멀었어요. 그렇지만 힘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