꾀돌이 2014.05.26 2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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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붉은 액체가 눈 밑 뺨을 타고 입술에 흘러내렸다. RXT-258 지구. 마약과 매춘. 각종 범죄와 살인이 들끓는 새로운 소돔과 고모라. 악명높은 이곳의 공기에는 죽음의 기운이 서려 있었다. 나는 전자레인지에서 돌아가는 합성분자음식을 떠올리며 입술에 묻은 피 맛을 느꼈다. 이상하게도 이 녀석의 피에서는 초콜릿 맛이 났다. "약에 쩔었군." 나는 뒷말을 삼키며 입가에 묻은 피를 손등으로 훔쳐냈다. 그리고는 축축하고 더러운 뒷골목 모퉁이 바닥에 널브러져 있는 시체를 바라보며 낡은 검은색 롱코트 안으로 총을 집어넣었다. 모퉁이 옆 지하술집으로 향하는 남색 철제문 위에 위치한 홀로그램 간판이 간질환자의 발작마냥 신경질적으로 깜빡였다. 홀로그램에서는 미인형의 동양여성이 반라의 모습으로 기계적인 춤을 반복하고 있었다. 그녀의 메마른 춤은 허공으로 흩뿌려졌다. 조금 전 이곳에 쓰러져 있는 시체에 구멍을 낸 나의 .357 매그넘 리볼버의 총구가 아직 뜨겁다. 지옥불구덩이 속에 있는 마귀들이 날뛰며 불을 뿜어 대는 환상이 일었다. 나는 귓가에서 윙윙거리는 파리를 떨쳐 내듯이 고개를 좌우로 가볍게 흔들고는 조금 전 삼켜버린 뒷말을 다시 토해냈다. "이번에도 실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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