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성 2013.06.16 21:27
조회 수 3675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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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편의 가나다 문구 였는지 좌편의 중앙 문구 완구 였는지는 정확하지 않지만 - 아마도 중앙 문구 완구 일 것이다. - 대략 20여년전 닥터 슬럼프 미니 만화책이 팔던 시절, 내 친구는 닥터 슬럼프 전권을 소장하기 위해 그 날도 신간을 구매하러 그 문구점을 들렸고 나도 동행했다.

 

놀랍게도 문구점의 주인 아저씨는 250g 정도로 추정되는 비교적 얇고 길쭉한 필통 모양의 스모크햄을 익히지도 않은채 통째로 마치 함박 스테이크라도 썰듯 과일 깍는 칼로 잘도 잘라 맛있게 먹고 있었는데, 그것도 햄의 사각 문양에 맞추어 정돈되게 자르고는 포크도 없이 자르던 칼로 잘려진 햄을 콕 찍어 입에 넣었다.

 

당시 (지금도 그렇지만) 햄이라곤 환장하던 나는 넋이 나간듯 그 모습을 지켜보았고 그 이후 20여년 동안 날 햄을 먹을때마다 그 아저씨를 떠올리는데, 그래야지만 좀 더 맛이 있기 때문이다. 일부러 그 아저씨의 환경과 똑같이 하려고 햄포장지를 접시로 삼고 과도를 이용해 햄을 먹어본 것도 여러번이다. 심지어 어렸을때는 더러 내가 그 아저씨라고 상상해보며 먹었던 적도 있었던 것 같다.

 

그만큼 그 아저씨가 날 햄을 썰어먹던 모습이 강렬하게 인상에 남았던 것이다. 비교적 마르고 깐깐해 보였던 아저씨는 실로 맛있게 입을 실룩거리고 또 쩝쩝거리며 물건을 사러온 아이들은 아랑곳하지도 않은채 햄을 꼼꼼하게 씹었다.

 

그날 저녁 어머니에게 내가 본 광경을 상세하게 전해주었다. 하지만 어머니는 예상과 다르게 그 아저씨를 칭찬하거나 부러워하지 않으시고 오히려 나이 많은 어른이 인스턴트 음식을 날로 그렇게 먹는 것은 보기좋은 모습이 아니라며 흠을 잡으셨다.

 

닥터 슬럼프를 모으던 친구는 몇년전, 가나다 문구와 중앙 문구 완구 밑으로 20미터 정도 내려가면 나오던 문구점 삼총사 중의 하나였던 (지금은 없어진) 캔디 문방구 딸과 성황리에 결혼했다. 그리고 나는 방금 막 저가형 신생 햄메이커인 델립에서 나온 저가형 숯불구이맛 김밥햄을 날로 먹어치운 것이다.

Comment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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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톰소여 2013.06.18 08:02
    동마에서 델립 소시지 1+1 이길래 큰맘 먹고 사서 먹어 보았는데 맛있당. 삶아 먹는 게 더 맛있당. 신생회사였다니 몰랐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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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시성 2013.06.19 22:56

    델립은 신생회사라기 보다는 참치로 유명한 동원에서 나온 햄메이커(브랜드)로서
    회사 자체는 오래되었지만, 햄을 생산한지는 얼마 안 되었다아. 그래서 신생 햄메이커!
    그런데 동마가 어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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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척척이 2013.07.22 08:47
    동마는 동대문 마트의 줄임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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