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덕후 2014.09.15 03:09
조회 수 502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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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오래전에 유덕화의 뒷통수를 본 적이 있다.

흔히들 톱배우를 직접 보면 후광이 보인다고 하는데 후광은 보이지 않았다.


그것은 아마 내가 뒷통수를 보았기 때문일 것이다.

유덕화는 톱배우가 틀림이 없었고(당시엔 정말 그랬다.)
앞모습을 봤다면 틀림없이 후광을 볼 수 있었을 것이다.

 

유덕화의 뒷통수를 보가 난 후에도 세상은 한 점 변한 것이 없었다.
나는 기묘하기도 하고 섭섭하기도 한 마음이 들었다.

 

"이 사람들아! 내가 누군지 알아? 이래뵈도 유덕화의 뒷통수를 본 사람이야! 어거 왜 이래!"
하고 아무리 떠들어대도 사람들은 알아주지 않았다.


나중에는 스스로 의심이 들 정도였다.

 

"내가 본 것은 유덕화의 뒷통수가 아니지 않을까?"
"내가 본 것은 어쩌면 장요양이나 팽경자, 혹은 이자웅의 뒷통수가 아니었을까?"

"어쩌면 유덕화란 신기루와 같은 현상일 뿐, 세상에 실재(實在)하지 않는 것이 아닐까?"

 

하지만 이내 마음을 고쳐 먹었다. 내가 누구인가?

남들이 변진섭이다, 박중훈이다, 윤다훈이다 외쳐 될때도
일편단심 유덕화만을 고집하던 덕후 중의 덕후, 유덕후가 아니었던가!

 

내가 본 것은 틀림없는 유덕화의 뒷통수가 맞다.
비록 세상은 한 점 변하지 않았지만, 그게 뭐 어떤가!

 

막말로 유덕화의 뒷통수가 세상을 변화시킬 의무를 지닌 것도 아니지 않은가!
유덕화를 보고 나면 입신양명할 수 있으리라 기대한, 나야말로 바보였을지 모른다.

 

게다가 어쩌면 무언가가 변했을 지도 모른다.
나의 내부 미세한 어딘가가 쥐도 새도 모르게, 눈꼽 만큼.
개나 고양이 정도만 감지할 수 있는 초음파처럼, 비밀스럽게.

 

여담이지만, 고양이가 그르렁대는 소리는 치유 효과가 있어
심신을 교정하며 고혈압을 낮추고 골밀도를 높인다고 한다.

 

'스트리트 파이터'에 출연하던 유덕화는 퍽도 멋졌는데!

근래엔 젊고 당찬 터프가이 하정우가 더 좋다.

지금도 유덕화가 싫은 것은 아니지만,

 

냉전으로 동서를 가르는 베를린 장벽이 세워지던 1961년,
중공(中共)에서 태어난 광둥성(廣東省) 장먼(江門) 사람 유덕화 보다야
고양이나 한 마리 분양 받아 키우는 게 신상에 좋을 것이다.

Comment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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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운몽 2014.09.15 03:56
    저는 자유중국(自由中國) 자이(嘉義) 사람, 54년 말띠, '백발마녀' 임청하 선생님이 생각나네요.
    어려서부터 참 좋아라했는데, 근래에 환갑 기념으로 남편으로부터 궁전을 선물 받았다고 하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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