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성 2014.07.24 2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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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동네 고깃집에서 고기를 먹고 서비스로 내준 껍데기 두 장을 굽던 중, 아저씨께서 불판을 갈아주러 오셨다. 나는 아저씨께 고기는 다 굽고 껍데기 밖에 남지 않았으니 불판을 갈 필요가 없다고 하였으나, 친절한 아저씨는 그래도 갈아주셨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불판이 교체되는 사이에, 두 장이었던 껍데기 중 한장이 마술처럼 눈 앞에서 슥- 하고 사라진 것이다. 그것은, 비록 사라진다는 점과 생성된다는 점의 차이가 있기는 하나, 과거 인도의 기인이었던 '사이 바바'*가 허공에 목걸이를 만드는 것에 비할바했다.

 

나는 내 눈을 의심하여 아저씨가 가지고 가는 기존 불판과 새 불판은 물론, 양철 식탁과 주변 바닥까지 세세하게 조사해보았으나 껍데기는 그 어디에도 없었다. 마치 물질계에서 영원히 사라져버린 것 처럼 말이다.

 

다행히도 바로 옆 자리에 다른 손님들이 남기고 간, 동일 크기의 껍데기가 한 장 남아 있었기에 손해보지 않고 보충할 수 있었지만, 나는 이 인생에 몇번 있지도 않을 초현상적인 현상이, 어째서 고작 돼지 껍데기 따위를 통해 일어나는지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었다.

 

마치 물질계에서 영원히 사라져버린 것 처럼, 물건이 없어진 적인 내 기억으로 두 번이 더 있는데 (인지하지 못했을 뿐, 몇번 더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 중 하나는 안경이었고 하나는 CD 였다.

 

약 2000년 쯔음, 나는 넥스트 3집 CD를 오랜만에 손에 들고 뒤적이다가, 손에서 놓쳤는데, CD는 벽과 침대의 틈을 통해 바닥으로 떨어진 것으로 보였다. 침대 밑을 대충 살펴보다가 결국엔 침대를 다 들어내고 바닥을 샅샅이 살펴봤지만 결국 찾을 수 없었고, 나중에 그 집에서 이사를 나올때도 발견할 수 없었다.

 

또 한 번은 비선형이 누워있다가 안경**을 머리 맡에 올려놓고 깜빡 잠에 들었는데, 깨어나 다시 쓸려고 보니 사리지고 없었다. 둘이서 방안은 물론, 온 집안을 수시간에 걸쳐 샅샅이 뒤져보았지만 결국 발견할 수 없었는데, 마찬가지로 나중에 그 집에서 이사를 나올때도 발견할 수 없었다.

 

위 두 번의 사건이 왜 일어났는지도 미스테리지만 나름대로 마음에 짐작가는 점이 한 떨기라도 있긴 했는데, 이번에 껍데기가 사라진 이후는 도저히 알 길이 없다. 하지만 어쩌면 우연하게도 사라진 껍데기에 '장비브리오균'이라도 묻어 있을지 모르고, 그렇다면 나름대로 잘된 일이 아니겠는가.

 

 * 사이 바바(1926~2011) - 인도의 기인, 의식수준이 사랑의 수준(535)에서 시작하여, 후에 부정적인 수준(198)으로 하락하였다. 하지만 물현 능력은 실제였다고 한다.

 

** 안경 - 시력을 교정하거나 눈을 보호하기 위하여 눈 앞에 장비하는 렌즈이다. 1268년 영국의 과학자, 로저 베이커가 광학적인 목적으로 렌즈를 활용한 게 안경의 시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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