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운몽 2013.10.24 00:42
조회 수 1555 댓글 1

nuguri.jpg

 

브렌트 포드에서 지내던 소년 시절, 개를 한 마리 길렀는데 종류는 스페니쉬 마스티프였습니다. 스페인 정복자들이 남미의 마야인들을 정복할때 사용한 한만큼 덩치가 크고 힘도 센 종이었으나 불행히도 저의 스페니쉬 마스티프는 영리하지가 못했습니다.

 

어느날 학교에서 돌아와보니 개가 흡사 헬레이저의 핀헤드처럼 얼굴에 온통 가시가 밖혀있는 것이 아닙니까? 사정을 알고보니 산미치광이에게 쏘였던 것입니다. 눈 같은 위험한 곳은 피했지만 가시를 다 뽑고 나서도 한달 이상을 앓았습니다.

 

개가 거의 다 회복될 즈음, 아버지는 개를 쓰다듬으시다가 별안간 새삼스럽게도 "멍청한 놈이 산미치광이와 함께 놀려다 쏘였구나! 복수를 해주마!"라고 외치며 당장 산미치광이의 씨족을 멸하겠다며 장총을 들고 숲으로 뛰나가려 했습니다. 물론 저는 극구 뜯어 말렸습니다.

 

"연옥(燕玉 - 개의 이름, '옥제비'란 뜻)이 때문에 속상하신 건 알겠지만 그렇다고 호저(산미치광이를 호저라고도 한다.)를 죽이지는 마셔요. 아버지."

"왜 그런 소릴 하느냐!?"

"호저도 위협을 느껴 살기 위해 쏜 것이지, 일부러 그런 게 아닐거여요. 호저 또한 얼마나 놀랐겠어요? 호저의 가시가 다시 자라려면 얼마나 걸릴까요? 되려 전 그게 걱정이여요. 아버지."

 

아버지는 제  말을 듣고는 주춤하시더니 못이기는 척 총을 내려놓으시고 갓을 쓰고는 기차역 뒷편의 단골 밀주집으로 옥수수 맥주를 걸치러 나가셨습니다.

Comment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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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막심 2013.10.24 17:04

    참으로 실 없는 얘기를 잘도 적어놓은 것이 나와 경쟁을 해도 좋을 정도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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