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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버이날 선물 받은 컴퓨터. 물론 어버이라서 받은 것은 아입니다.

오래전부터 육촌에게 컴퓨터를 하나 달라고 얘기를 했는데 마침 어버이날 갖다 주었습니다.

 

"나는 컴퓨터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이고 이건 군에간 형석이가 쓰던 건데 좋은건지 나쁜건지 모르겠다."

라는 말을 하며 육촌은 내게 컴퓨터를 주었는데 모니터가 CRT 였기에 좋은 것일리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나는 컴퓨터가 한개도 없었고 무엇보다 육촌을 대하기가 늘 불편했기 때문에 대충 좋게 말했습니다.

"이렇게 가져다주신 것만 해도 감지덕지합니다. 군에간 형석씨가 썼으니 아마 좋은 거겠지요."

 

육촌이 삼촌과 일촌(아버지) 등과 함께 횟집으로 떠난 후 컴퓨터를 켜보니 윈도우98의 로고가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래도 관리를 잘했는지 신기하게도 부팅은 멀쩡하게 되었습니다.

 

우리집은 인터넷도 안되고, 컴퓨터가 생겨도 딱히 뭘해야 할지를 몰랐습니다.

하드를 구석구석 뒤져보니 그 흔한 고전 게임 하나 없었습니다.

(심지어 지뢰찾기 마저 일부러 지운 모양이었습니다. 형석씨는 본래 좀 고지식했습니다.)

 

그래도 괄목할 만한 것이 있다면 "My Life"라는 이름의 폴더에

군에간 형석씨가 써놓은 수기가 HWP 파일로 차곡차곡 모여 있었는데

 

두어개 읽어보니 금새 흥미를 잃어버리기에 충분한 것이었습니다.

그래도 매우 무료할때마다 이따금 읽어야지 생각했습니다.

 

컴퓨터가 생겼지만 결국 할 수 있는 것은 형석씨의 수기를 읽는 것과

나 역시 형석씨를 본받아 나만의 수기를 쓰는 것과

그림판을 사용해 그림을 그리는 것 정도가 전부였습니다.

 

그래서 그림판을 이용한 그림을 그렸는데

그것이 바로 저 위의 '요상한 머리 장식을 한 토끼 상인' 그림 입니다.

 

나는 저것을 그린 뒤에 함께 받은 3.5인치 디스켓에 저장했고

아직도 플로피 디스크가 달려있는 PC방을 찾아 헤멨으며

그냥 올리기는 뭐해서 네이비 뷰어 등을 통해 약간의 보정을 거쳤습니다.

 

바로 이렇듯, 어버이날 육촌이 내게 준 군에간 형식씨가 쓰던 컴퓨터는 큰 쓸모가 없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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