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타리 컴퓨터>

처음 MIDI 음악을 배웠던게 고등학생이던 16년전인데, 같은 반 급우 한 명과 함께 찾아간 대학로 MIDI 학원에서, 함께간 급우의 꾐에 넘어가 MIDI를 '아타리'란 컴퓨터를 통해 처음 배웠다.

98년도 당시면 이미 펜티엄2 컴퓨터가 사용되던 시절이며, 학원에서는 PC용 미디 시퀀서인 '케이크 워크' 역시 가르치고 있었는데, 16비트일지 8비트일지도 모를 구형 컴퓨터인 '아타리'를 통해 MIDI를 배운 이유는 함께 학원을 다닌 급우가 좋아하던 뮤지션인 '이현도'가 작곡할때 쓰는 컴퓨터가 바로 '아타리' 였기 때문이다.

'아타리'는 모니터도 작고 매우 느렸지만, 그래도 전용 MIDI 시퀀서인 '노테이터'는 꽤 쓸만했는데, 지금은 매킨토시 전용 시퀀서인 '로직'을 만드는 회사가 바로 이 '노테이터'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결국 집에 신형 PC를 두고서 구형의 '아타리'를 돈 주고 살 수는 도저히 없었기 때문에, 학원을 관둔 후에는 PC용인 '케이크 워크'를 통해 MIDI를 했다. 학원에서 애초에 '케이크 워크'를 배웠더라면 좋았을 것, '아타리'를 배우는 탓에, 제대로 배우지 못했기 때문에 겨우 악보나 찍는 정도였다.

간간히 더 좋다는 '로직'을 써보려고도 했지만, (로직은 애플과 전속 계약을 맺기 전에는 PC판도 만들었었다.) '케이크 워크'보다 왠지 모르게 어려웠다. 그러던 2000년대 초반, 몇년간 만들거나 만들던 음악을 몽땅 날려버리게 된 사건이 있었는데, 알게 모르게 상심이 꽤 컸고, 뒤 따른 일신상의 문제로 사실상 MIDI를 접었던 것이다.

시간은 흘러 '케이크 워크' 역시 버전이 올라가 '소나'가 되었고, 몇년을 쉬고 나니 모양이 달라보이는 '소나' 역시 낯설어 보였다. 2000년대 중후반, 지인의 도움으로 '큐베이스'와 'FL 스튜디오'를 접하게 되었는데, 'FL 스튜디오'는 너무 단조로워 보였고 '큐베이스'는 너무 복잡해 보여, 몇년에 걸쳐 간간히 사용해봐도, 겨우 작곡이 가능했을 뿐, 익숙해지지가 않았다.

근래 들어 MIDI를 다시 본격적으로 해보자는 생각에, 대체할 것이 없울까 찾아보던 중, 윈엠프 회사에서 만드는 '리퍼' 같은 것도 설치해 보았는데, 괜찮아 보이기는 했지만  여의치가 않았고, 사용하기 쉽다는 매킨토시용 '로직'을 늘 써보고 싶었으나, 매킨토시를 살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러다가 최근에 접한 것이 바로 깔끔한 디자인의 '스튜디오 원'이다. 사용한지 몇시간 만에, 몇년간(물론 간간이긴 했지만) 만져본 '큐베이스'보다 훨씬 편한 것이다.  사실상 MIDI를 접었던 것이 2000년대 초반이었으니 어느덧 십여년이나 흘렀는데, 십여년 만에 본격적으로 다시 MIDI를 시작하려는 차에 마침, 마음에 맞는 시퀀서를 만난 것이다. 

이제 '스튜디오 원'과 함께 제 2의(어쩌면 처음으로) 본격적인 MIDI 인생을 시작해야지. 추수감사절 즈음에 반값 세일이라도 한다면 정식 프로 버전도 구매할 의향이 있다.

<스튜디오 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