싼쵸 2014.06.18 09:31
조회 수 1071 댓글 4

산쵸의 닫힌 눈꺼풀 위로 형광을 띤 조그마한 크기의 나비떼들이 날아들었다. 바쁘던 나비의 날갯짓은 점점 느려지는 듯했다. 날개의 무늬가 선명하게 보였다. 결국, 예상대로 날갯짓은 멈추었고, 나비떼는 공간에 흩뿌려져, 못에 박힌 듯 허공에 정지했다. 나비떼가 머무르고 있는 공간을 녹슨 철제 가위로 잘라서 갈색 나무 액자에 넣으면 멋진 수채화가 될 것이다. "그리고 예쁘게 포장해서 올가에게 줘야지." 산쵸는 기지개를 켜며 자신에게 다짐하듯 말하였다. "레몬색 리본도 달면 좋겠어." 산쵸는 작은 소망을 조그맣고 어여쁜 청명한 크리스탈 유리병에 쏟아질까 혹은 넘칠까 봐 조심스레 담는 듯 중얼거렸다. 그리고는 짙은 푸른색의 마개를 닫았다. 산쵸는 푸른색의 마개가 닫힌 크리스탈 유리병을 자신의 마음속에 넣으며 숲 이슬에 축축해진 나뭇잎을 만졌다. "여기는 어디지?" 산쵸는 큰 떡갈나무에 나 있던 신비한 문을 생각해냈다. 순간 산쵸의 의식은 늘어진 테이프처럼 돌아갔다. 산쵸는 깊은 어둠 속에서 그것을 목격했다. 그것은 산쵸의 손에 달라붙었다. 펄펄 끓는 타르 속에서 산쵸는 그것을 뽑아내었다. 쭈욱 쭈욱 소리를 내며 뽑혀 나왔다. 처음에는 무척 단단하게 박혀있어 꿈쩍도 하지 않았지만 매운 채찍질과 인간으로서의 도를 넘는 고된 노동으로 단련된 산쵸의 초인적인 인내력으로 그것은 점차 힘을 잃고 결말에 다달아선 마치 슈퍼마리오의 버섯처럼 디지털적인 소리를 내뿜으며 생경하고 괴이하게 뽑혀 버렸다. 

 

"올가를 찾으러 가야지." 결의에 찬 목소리였다. 산쵸는 이제서야 알아차린 듯 신기해하며 흥미롭게 주의를 둘러보며 걸었다. 시냇물 소리가 산쵸의 무의식에 아름다운 음색을 불어넣었다. 키 큰 나무들은 강직하며 부드러웠고, 나무 밑 마른 잎들은 겸손해했다. 이름 모를 풀들과 꽃들은 몸을 흔들며 이야기를 나누었고, 나무 사이로 한 틈씩 보이는 푸른 하늘과 구름은 천사의 볼처럼 포근하고 아련했다. 산쵸는 기분 좋은 음악을 듣는 듯한 환상에 젖으며 시냇물을 따라 걸었다. 한참 흥얼거리며 걷던 산쵸는 지름 3.5 m 가량의 연못을 마주했다. 연못에는 은빛으로 빛나는 물고기들이 유유히 헤엄치고, 가장자리에는 개구리의 알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었고 그 주위에는 작은 벌레들이 시시하게 돌아다녔다. 연못 중앙에는 햇빛이 반사되어 동그랗게 금빛으로 물들었다. 산쵸는 멍하니 물고기들을 바라보았다. 침샘에서 침이 분비되는 것을 느끼며 산쵸는 아차 했다. "어제부터 아무것도 먹지 못했어."

 

산쵸는 능숙하고 재빠르게 연못 바로 옆 풀숲으로 뛰어들어가 낚싯대로 쓸만한 나뭇가지를 찾아냈다. 그리고는 현재 입고 있는 본래 투우사의 복장인 빨간 볼레로 재킷을 벗고 재킷에 달린 금빛 술을 하나하나 뜯어 4 m 가량으로 길게 연결해 낚싯줄로 만들었다. 술을 뜯어 낼 때마다 산쵸는 마음이 아팠다. 산쵸는 본래 열여섯 살 때까지 옷이 없었다. 중요한 부위만 가릴 수 있는 나뭇잎으로 엮은 삼각형의 가리개가 전부였다. 그러나 산초의 열입곱 살 생일에 제페토 할아버지가 은퇴한 주정뱅이 투우사에게 4년 동안 모은 300 페세타를 주고 구매한 투우사 복장을 산초에게 선물로 주었다. 드디어 산쵸에게도 옷이 생긴 것이었다. 산초는 낚싯대를 만들며 제페토 할아버지를. 처음으로 옷을 입었던 날을. 더는 나뭇잎의 촉감을 느끼지 않고 잠이 들었던 그 날 밤을 생각했다. 나뭇가지에 금빛 술로 만든 낚싯줄을 연결한 산쵸는 낚싯바늘을 만들기 위해 풀숲 옆 가시덩굴로 향했다. 가시덩굴은 거인의 곱슬머리 같았다. 산쵸는 제법 날카롭게 보이는 가시를 뜯고 낚싯줄 끝에다 묶었다. "휴. 얼추 낚싯대는 완성이야. 이제 미끼를 달자." 가시덩굴에서 연못 가장자리로 발걸음을 옮긴 산쵸는 연못 바위틈에서 기웃거리는 시시한 벌레를 잡고서는 가시에 몸통을 꿰뚫어 달았다. "이제 잡아볼까!?" 산쵸는 물고기가 많아 보이는 곳으로 낚싯줄을 던졌다. 

 

산쵸의 고향 라만차에서는 매년 낚시대회가 열린다. 산쵸는 언제나 1등을 놓치지 않는 마을에서 손꼽히는 낚시꾼이었다. 산쵸는 어려서부터 곧잘 동네 사람들에게 괴롭힘을 당했는데, 그들의 술수와 음모에 휘말려 귀리죽 배급을 받지 못할때면 언제나 주린 배를 이끌고 동네 저수지로 향했다. 산쵸는 그곳에서 잉어, 붕어, 쏘가리. 메기, 민물장어, 블루길, 황소개구리 등을 낚아 굶주린 배를 채워던 것이다. 산쵸의 배가 채워진 만큼 낚시 솜씨 또한 늘어만 갔다. 낚시대회에서 1등을 한 자는 귀족들이 즐겨 먹었던 올랴 포드리다(Olla Podrida)를 한입 먹어볼 수 있는 특권이 주어졌다. 올랴 포드리다(Olla Podrida)는 돼지고기 또는 닭고기와 소시지를 넣고 갖은 야채와 콩을 넣어 전골 식으로 끓인 음식으로 기가 막히게 맛있다. 산쵸는 12살 때 처음으로 낚시대회에서 1등을 하였다. 산쵸는 올랴를 먹을 생각에 가슴이 쿵쾅거렸다. 시상식은 무척 짧게 이루어지는데, 시상자는 미리 정해진 귀족의 집 대문 밖에서 무릎을 꿇고 앉아 있고, 잠시 뒤 식사를 마친 귀족이 대문 밖으로 나와 먹다 남은 올랴를 직접 한입 떠 시상자에게 먹여주는 것으로서 시상식이 마무리된다. 산쵸는 그날을 잊지 못한다. 처음 맛본 올랴의 귀족적인 풍미와 그 마법과도 같은 음식을 직접 입으로 떠넣어 준 올가 파블로브나의 눈부신 미소를. 

 

옛일을 생각하던 산쵸는 낚싯줄의 팽팽한 힘을 느끼며 공상에서 깨어났다. 재빠르게 손목의 스냅을 이용해 낚싯대를 힘차게 걷어 올린 산쵸는 낚싯줄 끝에 매달린 금빛으로 빛나는 송어를 보고 환호성을 질렀다. "야호! 큰놈이다!" 산쵸는 너무 허기지고 흥분한 나머지 구워먹을 새도 없이 잡아올린 송어를 껍질째 한입 베어 물었다. 달달한 즙이 입술을 뚫고 흘러내렸다. 탱탱한 살이 어금니에 씹혔다. "매우 맛있다!" 평소 산쵸는 물고기를 구워서만 먹었지 이번처럼 생으로 먹은 적은 처음이었다. "구워서 먹는 것보다 이렇게 생으로 먹는 것이 더 맛있다니!.그리고 왠지...많이 먹어본 느낌이야. 꿈에서 먹어보았나?" 산쵸는 허겁지겁 한입 두 입 송어의 몸통을 와구와구 베어 먹었다. 한참 먹던 중 연못 풀숲 근처에서 푸석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산쵸는 주의를 기울였다. "혹시 못된 프랑코의 개가 여기까지 추적해 왔나?" 산쵸는 먹고 있던 송어를 조심스레 땅에다 뉘이고 풀숲 근처로 몸을 숙인 체 다가갔다. 순간 작은 동물이 풀숲에서 뛰쳐나와 엄청난 속도로 산쵸의 송어에게 쏜살같이 달려가 살점을 뜯기 시작했다. 산쵸는 깜짝 놀라 엉덩방아를 찧었다. 양야웅얌야옹얌 하는 소리가 주기적으로 산쵸의 귀에 들려왔고 산쵸는 안도하는 마음으로 그 작은 동물을 바라보았다. "휴. 고양이잖아. 휴유. 살았군." 산쵸는 엉덩이를 털며 한참 식사 중인 고양이에게 다가갔다. "아직 어리긴 하지만 이 정도면 꽤 큰걸?." 고양이는 경계하는 기색도 없이 싱싱한 살점에 몰입해 있는듯 했다. 산쵸는 한창 식사 중인 고양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고양이는 짙은 갈색 바탕으로 검은색의 얼룩말 무늬가 있고 가슴팍과 배는 새하얗다. 얼굴은 통통하니 너구리를 닮았다. "1년 정도 된 것 같은데..." 산쵸는 생각했다. 고양이는 산쵸의 손이 닿는 순간 그르렁 그르렁 소리를 내며 식사를 계속 했다. "배고팠니?. 에구 불쌍해라. 많이 먹어. 고양아" 고양이는 산쵸의 말을 알아듣는 듯 잠깐 머리를 들어 산쵸의 눈을 쳐다보고 대답을 하듯 "야옹"이라고 소리를 냈다. 그리고는 다시 송어에게로 관심을 돌렸다. 

 

산쵸는 고양이가 식사를 끝날 때까지 고양이 옆에 앉아 있었다. 어느덧 송어는 뼈만 남았고 고양이는 그제야 만족한 듯 앞발을 핥았다. "다 먹었니? 고양아" 고양이는 스스럼없이 산쵸의 손으로 자신의 머리를 들이밀었다. 그리고는 "아주 잘 먹었습니다." 라고 말하였다. 산쵸는 순간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신경이 곤두서고 심장 소리가 산쵸의 머리를 둔탁하게 때린다. 설마 하는 마음으로 심문하듯 고양이에게 다시 한번 말을 걸었다. "뭐, 뭐라?" 산쵸의 목소리는 한겨울 창문 틈새에서 신경질적으로 들어오는 바람 같았다. 고양이는 아주 점잖은 목소리로 다시 말하였다. "아주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근래에 이렇게 훌륭한 생선은 오랜만이군요." 산쵸는 정신이 까마득해짐을 느꼈다. 고양이는 대수롭지 않은 듯 조금 전 핥던 앞발을 마저 핥았다.

 

 

산쵸의 사이키델릭 오딧세이 #네 번째 곡을 시작합니다.

 

 

2012년 Album "Overgrown Path"

CHRIS COHEN - Mon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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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ad   무엇으로도 나눌 수 없는 궁극적인 실체

 

 

 

Unseen, the world is made up from blackest ocean pool

보이지 않는 세계는 검은 바다 웅덩이로 만들어져 있어.

 

Look - now the wave collapses

봐 지금 무너지는 물결을.

 

You appeared when I was born

넌 내가 태어났을 때 나타났지.

 

Then we were two

그런 다음 우리는 두 개로 존재했었어.

 

Just like the prism pulling color out of sunlight

오직 햇빛 색깔 밖으로 당기는 프리즘같이.

 

Entitles separated, then divide in endless twos

그리곤 끝없이 둘로 분열된 서로 다른 자격을 주었어.

 

My atoms undetected disappear into the fizz of the unknown

알 수 없는 쉬익 하는 소리 속으로 나의 원자는 아무에게도 들키지 않게 사라졌어.

 

Just like the prism pulling color out of sunlight

오직 햇빛 색깔 밖으로 당기는 프리즘같이.

 

Projecting on your blinking eye, image of a second just gone by

너의 깜빡이는 눈 위에 돌출된 그저 떠나간 두 번째 이미지.

 

 

 

 

Comment '4'
  • profile
    동시성 2014.06.19 04:54
    싼쵸, 너는 비록 이국의 노예 신분이지만, 그래도 고국인 멕시코가 브라질과 비겼으니 좋았겠구나!
  • ?
    비선형 2014.06.19 08:46
    싼쵸는 스페인 사람인뎁쇼?
  • ?
    몬테주마 2014.06.19 20:38

    무적함대 스페인이 남미대륙에서 참패를 당한것은 잉카 아즈텍의 저주 때문이지!

  • profile
    오줌보 2014.06.21 02:22
    알몸으로 태어나서 옷 한 벌은 건졌구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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