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쵸 2015.10.04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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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퀭퀑은 회색 모래 먼지 아래 묻힌 고대 유적처럼 잠들어 있는 쏘가리에게로 다가섰다. 산쵸는 다소의 흥분을 목젖에 머금고 물었다.

"먹으려고요? 아까는 안 먹는다며!?" 

 

  퀭퀑은 산쵸의 경솔한 행위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사뭇 엄숙한 태도로 자신의 오른쪽 옆구리 살 틈에서 무엇인가를 꺼냈다. 

"이 물건으로 말하자면 무척 진귀하며 이로운 것이지요. 이것은 우리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돋보기의 형태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일반 돋보기와는 전혀 다른 능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산쵸의 눈망울에서 황금빛 섬광이 점멸했다.

"야호! 이 물건은 참 흥미롭습니다! 돋보기 알 속에 작은 아기 천사가 날아다니고 있어요!" 

  퀭퀑은 웃으며 말했다.

"그렇습니다. 그 작은 천사를 저는 개인적으로 "케룹(지식의 천사)이라고 부릅니다."

 

  산쵸는 머뭇거리다 이윽고 용기를 내어 퀭퀑에게 물었다.

"케룹에게 두세 번 정도 어떤 것을 질문해도 되겠습니까?"

 

  그때 돋보기 알 속에서 유유히 떠돌던 케룹은 갑자기 산쵸에게 삿대질을 해대며 외쳤다.

"흥이다!"

 

  산쵸는 몹시 저자세로 굽실거렸다.

"제발. 제발. 두세 번 말 좀 걸게 해줘. 제발. 제발. 알고 싶은 게 있어서 그래." 

  산쵸는 새벽빛 자동차 보닛에 맺힌 물방울 같은 눈물을 흘렸다.  

 

  케룹은 미니 하프를 켜면서 말했다.

"흥. 울지는 마라. 얘! 그래 두세번은 좀 그렇고 한 가지만 물어봐."

 

  산쵸는 소매로 눈물과 콧물을 닦고서 호흡을 가다듬었다.

"저, 저기. 나는 올가 파블로브나와 영혼의 사랑을 맺을 수 있을까?

 

  케룹은 미니 하프를 내려놓고서 산쵸의 눈망울을 쳐다보았다.

"그것은 나로서는 답해 줄 수 없어. 난 세상 모든 질문에 답할 수 있지만, 너의 질문만은 답할 수가 없어. 너의 질문에 대한 답은 너의 영혼만이 알 수 있어."

 

  퀭퀑은 산쵸를 보며 생각했다. "이거 예상보단 말야. 힘든 여정이 될 것 같군." 이어 자신의 아랫배에 부풀어 오른, 뭉게구름처럼 보드라운 흰색 털을 신중히 핥으며 이상한 소리를 내었다. "골골갸릉갸릉. 골골갸릉갸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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