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채호 2017.12.29 1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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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은 20대임에도 40대 중반 이상의 외모를 가진 건달 출신의 형과

바지에 쇠사슬을 달고 다니던 강남 출신의 또 다른 형과

어느 유명 배우와 같은 이름을 가진 안양 출신의 동갑내기와 함께

술을 실컷 먹고는 여관으로 이동하기 위해 택시를 탔다.

 

여관 근처로 이동했을 즈음, 그 유명 배우와 이름이 같은 동갑내기는 갑자기 크게 괴성을 질렀다.

택시가 멈추자, 그는 도로 바닥에 스스로의 몸을 내팽겨 쳐 뒹굴면서 이렇게 울부 짖었다.

"나는 아버지를 죽이지 않았어!!!"

 

무슨 사연이 있는건지 한 참을 울부짓는 그를, 세 사람이 겨우 진정시키고는 여관을 잡았다.

여관에 들어가기 전에 그는 내 목덜미를 슬며시 만지며 나에게만 몰래 말했다.

"오늘은 잠들지 않는게 좋을거야. 니가 잠들면 내가 죽일거니까."

 

슬며시 웃고 있는 그의 눈빛은 영화에서나 보던 살인자 처럼 실로 냉혹했다.

'살인자다... 이 자는 진짜 살인자다!' 

 

그는 여관에 눕자마자 크게 코를 골며 잠들었지만, 나는 한 순간도 잠들 수가 없었다.

어쩌면 코를 고는 것도 위장일 수 있으며, 실제 잠든 것이라고 해도

언제 그가 깨어나 나를 죽일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면도칼 같은 것을 소지하고 있을지도 몰랐다.

 

다음날 아침, 일어난 그는 어제와 달리 매우 멀쩡하고 유쾌해 보였다.

내가 어제 일을 얘기하자, 그는 자신의 아버지는 멀쩡히 살아있다며 크게 웃었다.

 

20대임에도 40대 중반의 외모를 가져 교수님으로 오해 받았던 건달 출신의 형은

바지에 쇠사슬을 달고 다니던 '오징어 외계인'이란 곡을 좋아했던 강남 출신의 장발머리 형과

당시 정우성을 닮아 유명했던 어느 남자 배우와 같은 이름을 가진 안양 출신의 동갑내기와

나에게, 10만원 짜리 모듬회를 사준 적이 있다.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장발의 형은 그 동갑내기와

진지하게 얘기를 해보고 싶다며, 둘이서만 2차를 가겠다고 하였다.

나는 장발의 형에게 조심하라고 일러두었지만, 장발의 형은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장발의 형은 다음 날, 그 동갑내기가 도로를 역방향으로 수십분이나 달렸다면서

다시는 그 미친 새끼와 둘이서 술을 먹지 않겠다고 토로했다.

 

그 해 4월, 한달 만에 무안군을 떠나

파출소 앞에 주차된 경찰차의 지붕 위를 마구 뛴 적도 있다던

그를 다시는 본 적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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