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맨2023.08.29 13:46

경문왕은 임금 자리에 오른 뒤에 갑자기 그의 귀가 길어져서 나귀의 귀처럼 되었다. 아무도 그 사실을 몰랐으나 오직 왕의 복두장이(幞頭--: 예전에 왕이나 벼슬아치가 머리에 쓰던 복두를 만들거나 고치는 일을 하던 사람)만은 알고 있었다.

그는 평생 그 사실을 감히 발설하지 못하다가 죽을 때에 이르러 도림사(道林寺)라는 절의 대밭 속으로 들어가 대나무를 향하여 ‘우리 임금님 귀는 나귀 귀처럼 생겼다.’라고 소리쳤다.

그 뒤부터는 바람이 불면 대밭으로부터 ‘우리 임금님 귀는 나귀 귀처럼 생겼다.’는 소리가 났다. 왕은 이것을 싫어하여 대를 베어 버리고 산수유를 심게 하였으나 그 소리는 여전하였다고 한다.

서양에서는 이렇다.

아아르네-톰슨의 「마이더스 왕과 당나귀 귀(Midas and the Ass’s Ears)」는 기본적으로 ‘당나귀 귀를 가진 사람’, ‘이발사에 의하여 발견된 비밀스러운 육체적 특이성’, ‘주술적인 갈대가 비밀을 폭로하다’와 같은 모티프로써 이루어져 있다.

이 이야기의 가장 오래된 기록은 아리스토파네스(Aristophanes)의 것으로서, 오비디우스(Ovidius)[영어로는 오비드(Ovid)]의 『변신(Metamorphoses)』에 보이며, 그 내용은 소아시아 반도의 프리지아(Phrygia)의 왕 미다스(영어로는 마이더스)에 관한 것이다.


나는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의 설화에서 우리 민족의 한과 염원을 느낄 수 있었다.

왕의 복두장이는 끝내 비밀을 마음에 품고서 생애 마지막 순간, 대나무 숲에서 외쳤다.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그의 외침과 함께 그는 죽었다.

나는 생각한다.

"이 얼마나 숭고한 충절인가. 병을 얻으면서까지 임금의 비밀을 발설하지 않으려는 그의 침묵을 나는 경애한다. 당나귀처럼 넓은 귀로 백성을 보살피라는 은유는 우리 민족이 임금에게 전하는 해학과 정신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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