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채호 2015.07.19 1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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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라이펑은 아침부터 개구리고기 타령을 했고
이모는 그런 라이펑을 호되게 혼냈다.


설겆이와 빨래를 마치고 효도 라디오를 통해
바흐의 무반주 첼로곡을 듣던 이모는 문득
라이펑을 너무 심하게 혼냈나 걱정이 되었다.


다락방에 올라가보니 라이펑은 잠들어 있었다.
라이펑의 머리통에는 공책이 하나 깔려 있었는데
라이펑이 잠에서 깨지 않게 요령껏 공책을 빼냈다.
공책에는 다음과 같은 에세이가 적혀 있었다.


나도 내가 철이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우리집 형편으로 개구리고기는 춘절이나

중추절에 먹는 것만으로 감지덕지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나도 내 본능을 어쩔 수가 없다.

붓다가 말했던가! 인생은 고통이라고!

부조리 하다. 몹시도 부조리하다!


돌아가신 할아버지께서는

과거 중국에서 빼어난 부자셨다고 한다.

문화혁명때 모든 재산을 몰수 당하고는

병을 앓다가 돌아가셨다고 한다.


아버지께서선 술만 잡수시면 과거를 한탄 하신다.

과거 남부럽지 않던 호사한 부잣집 도련님이

지금은 고향(중국)을 등지고 머나먼 이국땅(한국)에서

멸시 받는 이주노동자가 되었으니 그럴만도 하다.


문화혁명만 아니라면 나는 지금쯤 베이징에서 

개구리고기를 실컷 먹고 있을텐데!

밉다! 마오쩌둥이 너무도 밉다!

코뮤니즘이 밉다! 마르크스가 너무도 밉다!


이모는 이제 고작 10살 밖에 되지 않은
라이펑의 뛰어난 문장력에 크게 감탄하였다.


"라이펑을 작가로 키우면 돈을 많이 벌 수 있어!"

"어쩜 나 다시 피아노를 시작할 수 있을지도 몰라!"


클래식 매니아인 이모가 기존에 있던

트로트와 불경 MP3를 몽땅 지워 버리고

클래식 MP3로 채워넣은 효도 라디오에선

바흐의 마태 수난곡이 흐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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