퀭퀑은 질척한 땅 밑에서 매우 통통한 지렁이를 발견했다. 지렁이는 꾸물꾸물 퀭퀑의 입술에서 춤을 추었다.
산쵸는 꾸물거리는 지렁이 몸통에 낚싯바늘을 꿰뚫으며 말했다. "이 지렁이라면 괜찮습니다."
퀭퀑은 입 주위에 뭍은 진흙을 혀로 걷어내며 "네. 이 지렁이는 매우 통통합니다."라고 말했다.
산쵸는 연못 가장자리로 낚싯바늘을 던졌다. 지렁이는 펄펄 끓다 식어버린 납덩이처럼 움직임을 멈추었다. 산쵸는 아득한 바다 속 넘실거리는 해초 숲 사이, 기이한 노인의 피리 소리에 맞춰 짙은 녹색 항아리에서 춤을 추며 빠져나오는 코브라를 생각했다. 코브라는 피어오르는 연기처럼 몸통을 좌우로 흔들며 해초 숲 위를 지나 해수면 밖으로 고개를 내밀었다. 순간 산쵸는 낚싯줄이 팽팽해짐을 느꼈다. 코브라와 노인과 항아리는 "뻥"하고 터져버린 풍선처럼 산쵸의 머릿속에서 자취를 감추었다.
"쏘가리다!. 쏘가리야!," 퀭퀑은 앞발을 허공에 내저으며 외쳤다. 산쵸는 있는 힘껏 낚싯대를 걷어 올렸다. 약 1미터 12센티미터. 갈색 뱀 무늬의 쏘가리가 고요한 호수를 어지럽히며 모습을 드러냈다. 산쵸는 "정말 크군요!." 라고 고함을 질렀다. 퀭퀑은 휘파람을 불며 합성고무 같은 자신의 흰 수염을 만지작거렸다. 산쵸는 태엽인형같이 비틀거리는 쏘가리의 아가미에서 낚싯바늘을 빼내었다. 그리고는 퀭퀑의 앞발 밑으로 쏘가리를 내려놓으며 말했다. "퀭퀑씨. 먹으세요. 쏘가립니다." 퀭퀑은 "아니요. 이 쏘가리는 먹지 않을 겁니다." 라고 답했다. 산쵸는 어리둥절하며 "왜 먹지 않는 겁니까?. 쏘가리의 육질은 매우 쫀쫀하며 부드럽습니다. 게다가 이 쏘가리는 몹시 크다고요!."라고 소리 질렀다. 퀭퀑은 두 앞발로 입을 막고 두 뒷발을 이용해 제자리에서 빙그르르 한 바퀴 돌았다. 산쵸는 멈칫했다. 한 바퀴를 돈 후 제자리에 선 퀭퀑은 자신의 두 뒷발이 잘 있는지 점검하며 말했다. "이 쏘가리는 먹지 않을 겁니다. 이 쏘가리는 로널드거북을 잡기 위한 미끼로 쓰일것입니다. 로널드거북은 750년을 살며 먹이로는 물방개를 애용합니다. 성격이 매우 까다로운 로널드거북은 평생을 홀로 지내다 생을 마감합니다. 전세계적으로 스물세 마리의 로널드거북이 존재하며 그들의 탄생과 죽음은 베일에 가려져 있습니다. 로널드거북은 짝짓기를하지 않는 거북으로 유명합니다. 그럼 그들은 어떻게 개체 수를 유지하는가? 에 대한 의문은 우리 사회의 커다란 미스터리입니다".
산쵸는 머리를 긁적이며 "그런데 로널드거북을 잡아서 무엇을 할 생각이신가요?"라고 물었다. 퀭퀑은 "가죽을 벗겨서 북을 만들 겁니다. 로널드거북가죽으로 만든 북은 아주 훌륭합니다. 양철판 위에 별들이 통통 튀어 오르는 소리가 납니다." 라고 답했다. 산쵸는 "고양이 설명서"에서 퀭퀑이 북을 잘 친다는 사실을 기억해냈다. 산쵸는 "퀭퀑씨. 북을 잘 친다는 것이 사실입니까?"라고 물었다. 퀭퀑은 "사실 그대로입니다. 그렇지만 지금은 북이 없어서 증명하기 힘들군요. 이참에 저와 같이 로널드거북을 잡으러 가는 것이 어떨까요. 그러신다면 저의 북 실력을 보여드릴 수 있습니다만." 산쵸는 "물론입니다. 어서 갑시다!" 라고 외쳤다. 퀭퀑은 눈을 가늘게 뜨며 조용히 속삭였다. "드디어 시작이군."
산쵸의 사이키델릭 오딧세이 #여섯 번째 곡을 시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