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방학을 겸해 한국에 와서 알바를 했다.
임금은 몹시 박한 편이었지만 그래도 내게는 더없이 소중하며
인도네시아로 돌아갈 경우, 환율차이 때문에 꽤 큰 돈이 되기 때문에
나는 임금을 아예 임금님이라고 불렀다.
그랬더니 나의 임금님은 87만원이 되었다.
혹자는 임금님이 너무 싼 것 아니냐, 그래서는 권위가 떨어진다.
라고 말할 지도 모르지만, 이제와서 권위는 필요 없다.
과거 북유럽에는 벌거벗은 임금님도 있지 않았는가.
사실 젊은 시절 나는 권위에 제법 신경을 썼다.
그래서 PC통신에서 대화명과 말머리를 [임금님]이라고 썼다.
그러나 아무도 나를 임금님 취급해주지 않았고
심지어 시삽은 말머리 2자 규정에 따라 [금님]으로 수정해버렸다.
나는 소변 본 김에 대변 본다고, 아예 금님이라는 닉네임으로 활동했다.
그랬더니 사람들은 "금님아" "금님양" "금님짱' "금님사마"하고 부르며
나를 조금은 예뻐라 했는데 싫지않은 기분이었다.
하지만 나중에 내가 추남인 것으로 밝혀지자 괄시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