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의 옥탑방에서 라면에 김치와 냉동된 삼겹살을 넣고 끓여 

소주와 먹으려고 했는데, 욕심이 나서 삼겹살을 좀 많이 넣었더니

돼지 고기 비린내가 라면을 잠식하여, 한 젓갈도 못 먹겠더라.


친구가 말하기를, 소고기는 몰라도

돼지고기를 미리 익히지 않고 라면에다 넣으면

원래 비린내가 난단다.


왜 진작 말하지 않았냐고 물었더니

지금 막 생각났다고 했다.


삼겹살이 아까워서 라면 국물에서 건져내어

고추장을 넣고 볶았더니, 그런대로 먹을만해 보였는데

고추장이 이상한 건지, 삼겹살이 이상한 건지 맛이 없었다.


할 수 없이 1층 마당에서 사는 주인집 개 사료통에 넣고 왔더니

개가 맛있게 먹었다.


잠시후 집주인이 노발대발 올라 와서는

개한테 사람 먹이를 준게 너냐고 친구를 나무랬고

친구는 집주인에게 연신 굽신굽신 거렸다.


친구에게 미안해 나 역시 굽십굽신 거리며

겨우 옥탑방을 빠져 나왔다.


다행히 비는 그쳐 있었고

비에 젖은 상쾌한 풀들을 보니 기분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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