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채호 2017.09.16 04:25
조회 수 114 댓글 0

다락은 쥐들의 천국이었다.

밤마다 '덩기덕쿵덕! 덩기덕쿵더러러!' 하는 층간소음에 잠을 이루기가 힘들었다.

겨우 잠들었다가 문득 눈을 떠보면, 천장에 난 구멍으로 얼굴을 빼꼼히 내민 쥐의 눈동자와 마주치기가 일수였다.

그들은 CCTV 처럼 밤새 그렇게 나를 감시하고, 면밀히 내 동태를 살피는 것이다.

 

나는 밤이 되면 전화도 마음대로 못했다.

다들 알다시피, 밤 말은 쥐가 듣기 때문이다.

소리를 죽여 속삭이듯 통화를 해야했다.

어쩌다 친구가 놀러와도 마찬가지였다.

어제도 신발공장에 다니는 친구가 막걸리를 한되 들고와

신발공장에 다니는 경리의 미모를 큰 소리로 칭찬하자 나는 말했다.

"제발 조용히 말해 줘. 쥐가 듣는단 말이야."

그러자 친구는 말했다.

"어때서 그래! 넌 가만보면 쥐를 부모님이나 고시생 대하듯 하는거 같아!"

 

"그건 니가 쥐를 잘 몰라서 쉽게 말하는 거야."

"그렇게 신경 쓰이면 쥐약이라도 놓으란 말야!"

"좀 작게 말해. 미쳤어? 그리고 너 내가 불자인거 잊었니?"

 

그때 쥐가 쪼르르 달려와 나와 친구를 한 번씩 곁눈질 하더니 장롱 밑으로 쏙 들어갔다.

사람이 있을땐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쥐가 경고를 주고 간 것을 보니

쥐 딴에는 꽤 심기가 거슬렸던 것이다.

 

"쥐가 다 들었잖아. 이제 속이 시원하니?"

"젠장, 술맛 떨어져서 더는 못 있겠네!"

친구는 막걸리 상을 걷어차더니 나가버렸다.

나는 달려나가 친구의 뒷통에에다 크게 외쳤다.

"넌 쥐를 몰라! 몰라서 그래! 이 나쁜놈아!"

 

돌어와 보니 친구가 사온 막걸리와 파전이 고스란히 남아있었다.

이틀째 굻어 배가 고팠는데, 쥐 덕분에 혼자 다 먹을 수 있게 되었다.

나는 고마운 마음에 파전을 한 조각 떼어 천장의 쥐구멍에 넣어주었다.

막걸리도 좀 줄까 하다가 마음을 고쳐먹었다.

소라면 몰라도, 아직 쥐에게 술은 이르다.

쥐는 아무래도 아기동물이니까!

?

Title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315 비도오고 그렇지만 힘내요 모두 1 secret 굼금이 2023.07.19 5
314 아베스타 홈페이지는 수정중 관리자 2016.12.28 66
313 엘레강스 탐정 알베르 관련 동시성 2017.09.04 68
312 야호 비선형 2016.10.05 74
311 내일은 선거날 동시성 2017.05.08 80
310 임금님 오줌보 2016.09.05 88
309 2016년 마지막 날이다. 동시성 2017.01.01 89
308 자장가, 명상음악, 힐링음악 공모 그레고 2017.06.07 90
307 사라진 고구마 오줌보 2022.06.18 95
306 곰두바와! 곰두바와! 베지밀 2017.10.30 98
305 (공고) 2017 서울영상크리에이터 모집 file 비선형 2017.03.13 105
304 굽신굽신 산시로 2015.06.28 107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27 Next
/ 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