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고초려 2013.08.02 00:08
조회 수 3030 댓글 1


cow.jpg

 

꿈 속에서 아는 지인이 나타나 소에게 소여물을 주는 아르바이트를 내게 강력 추천했다.

 

물론 여물만 주는 것이 아니라 똥도 치우고 여러가지 관리도 해야하기에 냄새도 심하고 고된 일이기는 하지만
일하는 시간도 짧은 편이며 벌이도 좋고 무엇보다 짐승을 적극적으로 돕는 일이기에 정신 수양에 도움이 된다는 논리였다.
또한 질긴 악습을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cow2.jpg

 

일언지하에 거절하였다.

 

나는 소고기를 상당하게 좋아하는 사람인데
소에게 여물을 주고 똥도 치우고 하다보면 적잖게 정이 들어
소고기를 사먹는데에 심적 부담이 생길 것을 우려해서였다.

 

cow3.jpg

 

그는 소고기 대신 버팔로 고기를 먹으면 되지 않느냐고 말했다.

 

버팔로 고기는 소고기 보다 향도 더 진하고 더 맑으며 더 산뜻하고 게다가 쫀득하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었다.

나는 극동 아시아에서 버팔로 고기를 구하는 것은 어렵지 않겠느냐고 물었고

그는 자신이 책임지고 구해 주겠다고 약속했다.

내가 보기에 그는 제법 진실해 보였다.

 

cow4.jpg

 

소여물 주는 아르바이트를 하기로 결심하였다.

 

첫 월급을 받으면 먼저 김치 냉장고를 구입해야지 라고 생각했다.

김치 냉장고 안에 버팔로 고기를 잔뜩 채워 넣고서는 

삼국지 동호회 친구들을 잔뜩 불러 버팔로 바베큐 파티를 벌이는 것이다.

초선과 예형과 적벽대전, 그리고 손오반이도 불러야지.

 

cow5.jpg

 

예상과 달리 소여물 주는 아르바이트를 구할 수 없었다.

 

그런 일은 대도시에서 연줄도 없이 쉽게 구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던 것이다.

 안타깝고 허전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 소고기굴밥을 배달 주문하였다.

그러나 막 먹으려던 찰라 그만 잠에서 깨고 말았다.

 

꿈이란 사람을 희롱하듯 늘 결정적인 순간에 깨어나지기 마련이다.

하는 수 없이 치킨무 백반으로 주린 배를 채워야했다.

왠지 손등에서 소냄새가 나는듯 했다.

Comment '1'
?

Title
  1. 불고기 전골

    Date2013.11.20 By동시성
    Read More
  2. 근래에 직접 만든 요리들

    Date2013.10.23 By동시성
    Read More
  3. 소 꿈 이야기

    Date2013.08.02 By삼고초려
    Read More
  4. 수육

    Date2013.07.30 By동시성
    Read More
  5. 낙산 성곽길

    Date2013.07.11 By동시성
    Read More
  6. 오꼬노미야끼와 파전

    Date2013.07.11 By동시성
    Read More
  7. 충신동 2층, 방2, 거실

    Date2013.05.14 By동시성
    Read More
  8. 삽차 이야기

    Date2013.03.26 By삼고초려
    Read More
  9. 60년 만에 피는 대나무꽃

    Date2013.02.28 By시이라
    Read More
  10. 당신의 1순위는 누구인가요?

    Date2013.02.21 By시이라
    Read More
  11. God Bless Us~

    Date2013.02.20 By시이라
    Read More
  12. 밤비가 생각나에요~~

    Date2013.01.31 By시이라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Next
/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