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운몽 2014.01.08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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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백숙께서는 특유의 커다란 눈망울을 꿈뻑거리며 날고구마를 두어접 내미셨습니다. 저는 왜인지 모르겠지만 오래전부터 당백숙의 커다란 눈망울을 바라보는 것이 내심 두려웠습니다. 그래서 그날도 옆에 놓인 소쿠리를 바라바며 모른척 날고구마를 받아 들었지요. 당백숙께서는 이런 저의 행동을 놓치지 않고 캐물었습니다.

 

"당질은 어째서 저를 바로보지 못하시는 겝니까?"

 

당백숙께서 깍듯이 존댓말까지 쓰니 저는 보다 두려워졌습니다.

 

"그, 그것이 아니오라 (소쿠리를 가르키며) 저 소쿠리의 색이 참 곱길래 그랬사옵니다."

 

아닌게 아니라 마침 다행스럽게도 소쿠리의 색은 참으로 고왔습니다. 연두색 계열의 색이었는데 그냥 연두색이라면 자칫 평이할 수 있었겠지만, 에머랄드 빛도 은은히 섞인 것이 소쿠리치고는 흔치않은 색이었지요. 당백숙께서도 어쩔 수 없이 인정하는 눈치였습니다.


"그래, 당질 말이 맞군요. 소쿠리 색이 참 곱긴 곱습니다."
"네에. 그렇습죠. 당백숙 어른, 그건 그렇고 소인은 이만 물러가겠습니다요."


저는 날고구마를 들고 사랑방으로 냅다 물러가서는 크게 한 숨을 내쉬었습니다. 그러자 오싹했던 등골이 풀어지며 식은땀이 베어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앞으로 이 집에 사나흘은 더 있어야할텐데, 당백숙의 두려운 눈망울을 어찌 피해다닐쏘냐!'


뭐랄까, 당백숙의 눈망울은 언제나 저의 내면 전체를 궤뚫어보는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어쩌면 그것은 사실일지도 모릅니다. 당백숙께서는 어릴때부터 신통력이 있다는 소리를 줄 곧 들어왔다고 합니다.

 

이런 저런 심란한 생각으로 벼랑빡에 몸을 기댄채 다시 한 번 크게 한 숨을 내쉬자, 저의 이런 근심 따위 알리가 없는 개 누더기가 다짜고짜 창호지문을 박차고 들어와선, 제 손에 들려있는 날고구마를 내놓으라며 으르렁대는 게 아닙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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