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성 2013.09.14 0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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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 속에서 몹시나 배가 고팠던 모양이다. 나는 어느 강당에 꾀돌이와 함께 있었는데 꾀돌이의 고교 선배쯤으로 보이는 여자가 나타나 꾀돌이와 오랜만인듯 서로 아는체를 했다. 여자는 대충 이렇게 말했다.

 

"아직도 생각이나. 너희집 그 토마토 스테이크 참 맛났는데!"

 

나는 너무나 배가 고픈 나머지 그 말을 듣자마자 꾀돌이가 학창 시절을 주로 보낸 경기도의 한 지방도시에 위치한 가상의 꾀돌이네 집으로 순간 이동했다. 꾀돌이의 집은 초목으로 어우러진 멋들어진 정원이 딸린 중간 규모의 그럴듯한 퓨전 식당이었는데, 토마토 스테이크가 제 1의 인기 메뉴인 듯 했다. 그것은 커다랗고 비교적 딱딱한 토마토를 (시중에서 흔히 보는 것보다 두 세배는 크다.) 가로로 두껍게 잘라 석쇠에 과감하게 구운 뒤에 적당한 양념을 더하는 요리로서, 실제 현실에서는 모르겠지만 꿈 속에서는 정말이지 먹음직스러워 보였다.

 

하지만 나는 배가 고픈 것 외에도 불행하게도 소변이 마려웠던 것이다. 그래서 시식을 하기 앞서 우선은 화장실을 가기로 결정했는데, 아무리 화장실에서 소변을 배출해도 이내 다시 마려운 것이었다. 그때마다 나는 번번히 다시 화장실을 가야했는데, 그러기를 여러번. 그만 자각이 들고 말았다.

 

'이것은 필시 꿈이다. 진정한 배출을 위해서는 현실의 화장실을 찾아야만 한다.'

 

그리고는 대단한 귀찮음을 극복해내는 수고를 감행하며 꿈과 현실의 경계를 뚫고는 현실의 화장실을 찾았다. 화장실에서 나올쯤에야 알게 된 것이다. 결국 토마토 스테이크를 먹지 못했다.

 

결국 토마토 스테이크의 맛은 보지 못했고 지금도 궁금하지만 그렇다고 크게 아쉽지는 않다. 꿈 속에서 아무리 맛있는 음식을 아귀처럼 허겁지겁 처넣어 봐야 그 갈증만 더해질 뿐, 진정한 포만감을 느낄 수는 없다는 것을 경험을 통해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꿈 속에서 아무리 화장실을 찾아봐야 개운하지 않다는 것과 꼭 마찬가지인 셈이다. 비슷한 의미에서 몇몇 종교에서는 현실 역시도 한낱 꿈과 마찬가지라고 비유했을 것이다.

 

여하튼 꿈 속 꾀돌이의 식당은 제법 번창해 있었다. 홀에서 화장실로 이동할때 거쳐야하는 하얀 복도의 여러 창으로 비쳐드는 초목에 반사된 여린 볕들은 그야말로 풋풋했으니, 현실에선 타 명의(名義)의 어걸어걸한 식당일을 하는 꾀돌이가 부러워하기에는 충분하고도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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