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화 2017.08.28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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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상.jpg

 

 

"카르마로부터 도망치고 있는 자신을 보았습니다."

 

"그래서 어떻게 했습니까?" 흰 가운을 걸친 정신과 의사가 내게 말했다.

 

"저는 실상을 받아들이기로 했습니다. 이실직고 카르마로부터 도망치려는 생각은 추호도 없었는데 정신없이 살다 보니 어느새 카르마 반역자가 되어 있더라고요. 이마에 큼지막한 낙인이 찍히려는 찰나, 저는 앞에 펼쳐진 카르마를 묵묵히 받아들였습니다. 물론 어느정도는 몹시 괴로웠지요. 뒤이어, 모든 것이 거짓말은 아닐까. 여러가지 의심들이 몰려들었습니다. 그렇지만 카르마의 절대진리빛이 그것들을 잠재우더군요. 다른 한편으로는 지금까지 아무것도 믿지 않았던 제 자신이 슬쩍 지나쳐 보이기까지 했습니다. 여러 가지 다짐들이 자동으로 떠오릅니다. <이 땅 위에 남자로 태어났으니까 끝까지 지켜내야지.> <그래. 카르마를 믿고 사랑의 길을 가도록 하자.> <이번 생에서 한 번 잘 해보자.> <그래. 인생을 제대로 살아야지.> 정말 미치겠더라고요. 지금껏 자신도 모르게 카르마를 거부하고 있었던 저는 정말로 무지막지하게 고통스러웠습니다. 고통속에서도 한가지 깨달은것이 있습니다. 카르마를 거부했을 때 발생하는 고통의 농도가 카르마를 받아들였을 때 접하는 고통의 농도보다 훨씬 더 어마어마하게 짙다. 사실 카르마를 받아들일 수 있다는 것은 엄청난 기회이지요. 둘 다 고통스럽기는 마찬가지겠지만 이왕이면 다홍치마라고 거부 대신 카르마를 받아들이는 편이 낫지 않겠습니까?"

 

의사는 살며시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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