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인수 2015.07.24 03:24
조회 수 333 댓글 3

처음 붕퉁타를 소개 받은 것은 안나를 통해서였다.

붕붕타는 통닭집 답지 않게 도처에 값비싼 엔틱 골동품들이 많았다.

 

주인의 이름은 장발장이었는데

놀랍게도 본명이었다.

 

나는 나도 모르게

"이름이 장발장이라서 그런지요."

라고 그의 이름을 화제로 올렸다가 문득,

 

이 사람은 수십년 동안 장발장으로 살아왔으니

이름에 대한 농담은 지겹도록 들었을 것이란 생각이 스쳤다.

 

그래서 처음 하려던

"그래서 가게에 은촛대가 있나 봅니다."

라는 시덥잖은 농담 대신에

"앞으로 해도 뒤로 해도 똑같이 장발장이네요."

라는 더욱 시덥잖은 농담을 해버렸다.

 

그러자 장발장은

"다스릴 발(撥)에 글 장(章)자를 씁니다. 글을 다스린다는 뜻인데요."

"아버지께서 문학을 좋아하셔서 장발장이라고 지었습니다."

"하지만 보시다시피 지금은 닭이나 튀기는 신세지요."

라고 말했다.

 

나는 나도 모르게

"직업에 밑천이 따로 있겠습니까?"

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 말은 오히려 닭장사를

정말로 무시하는 처사가 될 수도 있겠다 싶어

뱉고 나서 크게 후회했다.

 

어색한 분위기를 없애려고

"이거 너무 배가 고픈걸요."

라고 말하며 서둘러 메뉴판을 열었다.

 

메뉴판에는 후라이드 치킨, 마늘 치킨, 간장 치킨 등의

평범한 메뉴들 외에 카레 치킨과 짜장 치킨도 있었다.

 

카레 치킨은 예전에 연남동에선가 먹어본 적이 있어

처음보는 짜장 치킨 반마리를 주문했다.

 

그리고는 생맥주도 한 잔 주문했더니

장발장은 살짝 미간을 찌프리며

"기독교도이기 때문에 술은 팔지 않습니다."

라고 말했다.

 

치킨 집에서 술을 팔지 않는다니!

나는 당혹스러운 나머지 나도 모르게
"불교도가 아닌게 천만다행입니다."

"그렇다면 치킨도 팔지 않을테니까요."

라고 말해 버렸다.

 

다행히 장발장은 무슨 말인지 잘 이해하지 못하는 눈치였다.

비꼬는 말로 들릴까봐 걱정했던 나는 속으로 안도했다.

 

장발장이 치킨을 튀기러 간 사이 나는 안나에게

"대관절 통닭집에서 술을 안 팔면 어쩌자는 거야!"

"무슨 심보로 날 왜 여기에 데려온거야!"

라고 말했다.

 

안나는

"오빠는 그 놈의 술 좀 작작 먹을면 안돼?"

라며 나를 힐책했다.

 

술이 없어 초조해진 나는

"밖에서 마주앙 포도주라도 사오면 안될까?"

"포도주는 예수께서도 직접 만드신 술이잖아!"

라고 말하려다 그만뒀다.

 

잠시후 짜장치킨이 나왔는데

튀김 반죽에 짜장 가루 정도 섞어 튀겼을줄 알았더니

후라이드 치킨에 짜장 소스를 덮어 버린 것이 나왔다.

짜장은 중국집 짜장하고 똑같았는데

궁합이 거의 최악이었다.

 

장발장은

"맛이 어떠십니까?"

라고 물었다.

 

그러자 나는

"맛있습니다. 참신해요."

라고 거짓말을 했다.

 

그러자 장발장은

"맛있다구요? 그런 소리 처음 듣습니다."

"반응이 나빠서 없애버리려던 메뉴거든요."

라고 말했다.

 

나는

'젠장! 진작에 말해주지!"

라고 생각했다.

 

그리고는 궁금해진 김에

"카레도 이런 식으로 카레가 덮어 나오나요?"

라고 물었다.

 

그러자 장발장은

"카레 치킨이니 당연하지 않습니까?"

라고 말했다.

 

억지로 짜장 치킨을 다 먹고

붕붕타를 빠져 나왔다.

 

반마리만 시켰는데도

무려 10,000원이 나왔다.

 

한 마리가 16,000원이면

반마리면 8000천원, 많아도 9000원만 받으면 될텐데

10,000원을 받다니 너무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는 오지 말아야지.

 

인근 커피숍으로 들어갔다.

나는 안나에게

"내가 근 십년간 가본 식당 중에 가장 최악이었어."

"어째서 이따위 통닭집을 소개한거지?"

라고 물었다.

 

안나는

"대학때 알던 선배였는데"

"경영이 힘들다고 해서, 미안해."

라고 말했다.

 

나는 분한 마음에

"통닭집에서 맥주를 안파니까 망하지!"

"은촛대라도 하나 흠쳐올 껄 그랬어."

라고 말했다.

 

그러자 안나는 별안간 창문을 가르키며

"저것을 봐!"

라고 말했다.

 

창문 바깥으로

커다란 사마귀가 한 마리 붙어 있었는데

몹시도 징그러웠다.

 

안나는 불현듯

"저건 붕붕타야. 붕붕타."

라고 말했다.

 

나는

"그래. 붕붕타야."

라고 따라 말했다.

Comment '3'
  • profile
    남박사 2015.07.27 11:03
    장발장은 머리가 장발입니까?.
  • ?
    반인수 2015.07.27 12:54

    장발장은 '장발이라서 장발장일까'라는 말에 지쳐서인지, 스킨헤드입니다.
    게다가 왼쪽 옆통수에 하겐 크로이츠, 오른쪽 옆통수에 붕붕타 문신이 있습니다.

    다만 제법 미인이며, 고딕스러운 화장과 드레스를 걸치고 있습니다.

  • profile
    남박사 2015.07.29 08:00

    저 사마귀는 왼쪽 배 밑에 제12차 사마귀 전쟁 때 생긴 작은 톱니 모양의 상처가 있는 걸로 보아 "고고손"이 틀림없다. 쫍쫍, 고고손 이리 온. 쫍쫍, 고고손 이리 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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