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아무런 무늬도 없는 검은색 모자를 눌러 썼고, 노란색으로 탈색된 머리카락이 모자 양옆으로 단정하게 귀를 감쌌다. 그녀는 무(Mu) 대륙에서 손재주가 뛰어나기로 이름난 은빛갈귀족이 조상 대대로 만들어온 바다표범수염 선글라스를 착용하고 있었다. 확대해서 살펴보니 오른쪽 안경알에 금이 가 있었다.

 

회색의 낡은 누더기 외투를 걸쳤고 안에는 도날드 덕이 프린트된 티셔츠를 입었다. 도날드 덕의 하얀 배 부분이 해지어 구멍이 나기 직전이었다. 그녀는 검정가죽 치마를 입었는데, 이것은 너무 새것이라 가죽에서 발산하는 빛이 나의 눈을 부시게 했다.

 

그녀의 치마는 흔한 인조가죽이 아니라 인도네시아산 검정 족제비의 껍질로 만든 것이었다. 나는 그녀의 머리 위에서 장난꾸러기 족제비의 혼이 연신 폭소를 터뜨리며 왈츠를 추고 있는 것을 보았다. 아무튼, 그녀는 나에게 삿대질을 하며 소리를 쳤는데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남편 복이 없네! 어? 남편 복이 없어!"

 

나는 조금 무서워하며 말했다.
"저는 남성이므로 남편 복이 당연히 없지요."

 

그러자 그녀는 더욱 열을 올리며 얼굴을 빨갛게 물들였다.
"이 더러운 볼셰비키! 협잡꾼! 배짱이! 뱃놈아!"

 

나는 엉엉 울면서 빌었다.
"몹시 죄송합니다. 용서하세요."

 

그녀는 신이 나서 더더욱 자신의 열의를 드높였다.
"흥! 메롱! 흥! 메롱! 멍청이! 흥이다! 저질이야! 저질! 흥! 바보 구리야!"

 

나는 엉엉 울다 못해 웃었는데 그때 영계에 가지 않고 물질계를 떠돌던 한 많은 초보 영혼이 내 정신에 침투하였다. 그 이후로 그놈은 밤이면 밤마다 나를 못살게 굴었고, 도저히 견딜 수 없었던 나는 재빠르게 3년 만기 적금을 털어 거금 350만 원을 쥐어 들고서 영등포 박 퇴마사에게 의뢰를 청했다. 박 퇴마사는 혼자 외롭게 취침에 드는 것은 위험하니 앞으로는 자신이 함께 자주겠다고 했다. 그리고 일주일 뒤 나는 박 퇴마사와 결혼을 하게 되었다.

 

행복한 신혼생활을 즐기던 나는 티브이 연속극을 보다 갑자기 외쳤다.
"남편복이 없긴 왜 없어! 미친년 같으니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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