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박사 2015.07.19 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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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오전 9시 34분. 익명의 남성이 예고도 없이 현관문을 두드렸다. 동시에 문고리도 마구 돌렸다. 아마도 오른쪽 손으로 문을 두드리면서 왼쪽 손으로 문고리를 돌렸을 것이다. 아니면 그 반대일지도. 잠을 자던 나는 별안간 심장이 덜커덕거렸다. 그리고 생각했다. "이것이 심장마비라는 거로군!." 문밖 남성은 무어라고 외쳤지만 나는 꿈의 세계에서 나와 현실의 세계로 입장하고 있는 찰나여서 남성의 말은 내 귀에 입력되기도 전 철제현관문에 부딪혀 조각조각 깨져버렸다. 

 

나는 한여름임에도 불구하고 이불 속으로 들어가 땀을 뻘뻘 흘리며 기척을 죽였다. 7분 정도 숨어 있었다. 그리고 2분 정도를 들여 최소한의 움직임으로 매우 느릿하게 이불 속에서 빠져나왔다. 불안한 눈으로 슬그머니 현관문을 바라보았는데, 바로 이때다 싶은 듯이 현관문이 폭력적으로 흔들리며 난폭한 소리를 내었다. 이번엔 처음보다 두드리는 강도가 더 셌다. 다행히 문고리는 돌리지 않았다. 나는 깜짝 놀라 그 자리에서 펄쩍하고 뛰었다. 그리고 사지가 마비되는 느낌을 받으며 다시 이불 속으로 기어들어갔다. 익명의 남성은 대략 9분 동안 현관문 밖에서 집안의 동태를 살피며 나를 주시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 남성은 꿰뚫어보는 눈을 가졌을 것이다. 선천적인 능력인지 아니면 정부 비밀 기관에서 특수한 훈련을 받았는지는 알 수 없다. 아마 신은 알고 계시겠지.

 

나는 두 시간 반 동안 죽은 셈 쳤다. "나는 죽었다!. 아. 여긴 지옥인가!. 아니 저건 저승사자?." 손가락 두 마디 만한 요정들이 내 귀에 별가루를 뿌리며 속삭였다. "아니에요. 여긴 요정의 나라에요. 저희와 같이 노래를 하며 꿀을 마셔요." 나는 생각했다. "그래. 용기를 내는 거야. 저 익명의 남성을 나무라자!." 나는 이불을 걷어차고 발을 구르며 현관문으로 걸어가 외쳤다. "거 누구십니까?. 일요일 오전에 불쑥 찾아오는 건 예의가 아니지 않느냐?" 나는 벌벌 떨며 현관문을 열었다. 현관문 앞엔 "영인농협미곡종합처리장"에서 도정한 아산 맑은 쌀 20 Kg 포댓자루가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나는 생각했다. "이것을 중고나라에서 시중가보다 만원 싸게 팔아 이득을 취해야겠다." 그리고 느꼈다. "인생에서 일기예보 따윈 방송하지 않는다. 언제나 불확실하며 예상할 수 없다. 그러기에 우리는 도전하며 학습한다. 또한, 인생 여기저기, 이곳저곳, 이리 저리에는 분명 희망과 낙관과 왕국이 존재한다. 그러기에 우리는 삶을 살아가며 사랑을 키워나가는 것이다."

 

Comment '1'
  • ?
    반인수 2015.07.21 16:24
    저도 예전에 손가락만한 별가루 요정을 본 적이 있습니다.
    아는 박사님께 말씀 드리니 리스페리돈을 두 배로 늘려주더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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