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의 옥탑방에서 라면에 김치와 냉동된 삼겹살을 넣고 끓여 

소주와 먹으려고 했는데, 욕심이 나서 삼겹살을 좀 많이 넣었더니

돼지 고기 비린내가 라면을 잠식하여, 한 젓갈도 못 먹겠더라.


친구가 말하기를, 소고기는 몰라도

돼지고기를 미리 익히지 않고 라면에다 넣으면

원래 비린내가 난단다.


왜 진작 말하지 않았냐고 물었더니

지금 막 생각났다고 했다.


삼겹살이 아까워서 라면 국물에서 건져내어

고추장을 넣고 볶았더니, 그런대로 먹을만해 보였는데

고추장이 이상한 건지, 삼겹살이 이상한 건지 맛이 없었다.


할 수 없이 1층 마당에서 사는 주인집 개 사료통에 넣고 왔더니

개가 맛있게 먹었다.


잠시후 집주인이 노발대발 올라 와서는

개한테 사람 먹이를 준게 너냐고 친구를 나무랬고

친구는 집주인에게 연신 굽신굽신 거렸다.


친구에게 미안해 나 역시 굽십굽신 거리며

겨우 옥탑방을 빠져 나왔다.


다행히 비는 그쳐 있었고

비에 젖은 상쾌한 풀들을 보니 기분이 좋았다.

?

Title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30 돼지 우리 도성문 2015.11.20 113
229 용희와 나의 차이 1 김홍도 2015.11.20 100
228 관심없는 사람들에게 1 2015.11.19 129
227 수지 중의 수지 1 곱사리 2015.11.11 210
226 너구리 오수년 2015.11.03 132
225 유니콘 오수년 2015.10.28 108
224 도깨비 오수년 2015.10.20 96
223 노트북 책상 file 동시성 2015.09.20 146
222 영진위 2 동시성 2015.08.14 121
221 컴퓨터 거듭나다 2 동시성 2015.08.12 137
220 컴퓨터에 불나다 동시성 2015.08.09 114
219 업그레이드 2 동시성 2015.08.08 70
Board Pagination Prev 1 ... 3 4 5 6 7 8 9 10 11 12 ... 27 Next
/ 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