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석엄마와 요즘 대세인 진짬뽕을 끓여 소주와 마시며

알파고와 이세돌의 2차전 내기를 했다.


1차전은 비록 알파고가 이겼지만, 2차전은 이세돌이 충분히 이길 수 있을 것 같았다.

나는 과감하게 이세돌에 걸었고, 교활한 경석엄마는 물론 알파고에 걸었다.

경석엄마는 중반 이후, 알파고가 승기를 잡자 환장하기 시작했다.

경석이가 배가 고프다고 울어대도 본채만 채 했다.


결국 남편이 오늘 일용직을 나가며 

샤브샤브가 먹고 싶다고 내놓고 간 돈 3만원을 몽땅 잃고 말았다.

3만원을 따서 남편에게 근사한 작업화를 사주려고 했으나

샤브샤브 조차 끓일 수 없게 되어 버렸다.

경석엄마에게 부탁했다.


"이봐, 경석엄마! 남편에게 샤브샤브 끓여줄 돈을 잃었으니"

"개평으로 진짬뽕이라도 두어개 주지 않을래요?"


그러자 경석엄마는 정색을 하고는 말했다.

"너 또 미친거야? 니가 남편이 어디있다고 그래?"


나는 혼돈에 빠져 버렸다.

"뭐라고? 내가 남편이 없다고? 그게 정말이야?"


경석엄마는 한 숨을 푹 쉬면서 한심하다는 듯 말했다.

"은방울! 너 잔뜩 취했구나! 자 진짬뽕을 하나 줄테니 얼른 해장하고 자!"


이럴수가! 나는 남편이 없었구나!

허탈한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왠 걸? 남편이 있었다.


무좀 걸린 발을 박박 긁으며 JTBC 뉴스를 보고 있던 남편은 

내가 오자, 반색을 하며 물었다.

"여보! 샤브샤브! 샤브샤브 꺼리는 사왔어?"


빌어먹을! 교활한 경석엄마에게 속고 말았구나!

남편에게 너무나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다시는 경석엄마랑 낮술을 마시지 말아야지.


경석엄마는 아무래도 마녀가 틀림없다.

평정심을 잃은 사람을 상대로 거짓 상을 만들어 씌어 

착란을 일으키게 하는 고도의 정신 능력을 지닌 것이다.


"샤브샤브는 내일 먹고, 오늘은 은방울표 특제 잠뽕을 끓여줄게요!"


다행히 냉동고에는 표고버섯과 오징어가 조금 남아있다.

급한대로 짬뽕을 조금은 풍성하게 만들 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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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경석 2016.03.13 23:29
    우리 엄만 정말 못말려~ 으이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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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방울 2016.03.16 23:58
    너네 엄마의 그 크고 화려한 메부리코도 언젠가 꺽일 날이 올 것이다!
    그때 나 은방울은 금방울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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