싼쵸 2013.08.23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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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싼쵸는 엿보는 것을 좋아한다. 마구간 옆에 숨어들어 플라밍고를 추고 있는 올가 파블로브나를 훔쳐 볼 때면 굶주림과 채찍의 자욱으로 얼룩진 이 싼쵸의 마음이 상처 난 곳에 탁월하다는 호랑이 기름을 바른 듯 촉촉하게 아물어가는 것을 느낀다. 그 날은 운이 좋게도 평소 먹던 귀리죽 대신 가르파쵸를 배급받아서 기분이 도드라졌었음을 기억한다. 꿈결 같은 가르파쵸의 맛이 이 싼쵸의 혀를 속세의 향락으로 물들이고 있는 찰나 페르난도와 귀도의 대화 소리가 나를 사로잡았다. 말소리는 마치 천둥소리 같았고 한 자 한 자 들리는 단어들은 이 싼쵸의 몸을 두들겨 댔다. "올가 파블로브나가 떠난다네" "어디로?" "안달루시아의 세비야로" "흥! 계집년 헛물이 잔뜩 들었군! 주인님이 허락하셨나?" "체! 주인 놈은 올가 라면 사족을 못쓰지 않나. 늙은 것이 참 추하단 말이야." "쉿! 듣겠어!"

 

올가 파블로브나가 떠나기 하루 전 이 싼쵸는 아름다운 올가의 모습을 마지막으로 엿보기 위해 당나귀의 배설물 냄새가 진동하는 마구간으로 숨어 들었다. 몰래 귀리죽을 훔쳐 먹다 발각되거나 못된 프랑코가 날 괴롭히려 두리번 거릴때면 언제나 이 마구간으로 찾아왔다. 마구간은 젖과 꿀이 흐르는 가나안이었고 누구도 침범할 수 없는 나만의 성역이었다. 지독하기로 유명한 당나귀 배설물 냄새가 나에게는 진득한 치즈 냄새와 같았다.   

 

올가 파블로브나는 작별 인사를 하고 있었다. 그녀의 빛나는 눈과 수줍은 입술은 흐릿해져 가고 이 싼쵸의 심장은 타들어 가고 있었다. 그때 돌연 프랑코가 마구간으로 들어오더니 내 멱살을 잡고 뺨을 후드러 쳤다. 천진난만하고 어린아이 같은 목소리로 놀렸다. "헷! 여기 숨어 있으면 내 모를 줄 알고!"

프랑코는 다시 한 번 내 왼쪽 뺨을 후려치고 당나귀 배설물 구덩이로 이 산쵸를 내동댕이쳤다. "안녕! 절름발이 병신아. 다음에 또 보자구!"

 

나는 슬금슬금 일어나 짚더미에 앉았다. 주섬주섬 코원사의 MP3플레이어를 작동시켰다. 이어폰을 귀에 꽂고 음악을 들었다. 저만치에서 여물을 먹다 멈칫한 당나귀와 눈이 마주쳤다. 나의 눈에서는 눈물이 흘러나왔고 당나귀의 예쁜 눈이 멍하니 날 바라보고 있었다.  

 

베란다에서 담배를 피우거나 새벽까지 잠들지 못할 때면 문득 마구간에서 엉엉 울며 들었던 이 노래가 귓가를 흐른다...

 

싼쵸 사이키델릭 오딧세이 #두 번째 곡을 시작합니다.

 

2012년 Album "Beard, Wives, Denim"  

Pond - You broke my co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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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y

Come look out in the hall, man
홀에서 밖을 내다보니
There's a bat hanging off the wall, man
벽에 박쥐가 매달려 있어.
Wanna help it out
도와 주고 싶어.
I wanna help it out
난 밖에 나가 도와주고 싶어.

 

You

Don't wanna be stupid, ugly, dumb
바보 멍청이 추하게 되고 싶지 않아
Wanna be a little more likely, son
좀 더 가능성 있게 되고 싶어.
Spend my golden (?)
나의 귀중한 것을 낭비

 

You were gone today, must've dropped my heart
넌 분명 내 마음을 떨어뜨리고 오늘 사라졌어
All my hair was falling out
내 머리가 밖으로 떨어지고
I never thought I was through
나는 줄곧 내내 생각하지 않았어.
Now I live with a yeti and a caterpillar king
나는 지금 설인과 애벌레 왕과 함께 살고.
I wanna make love on everything
내가 원하는 모든 것에 사랑을 만들고
Make love on you
너에게 사랑을 만들고

 

You, you broke my cool
너 넌 나의 냉정을 깨버렸어.
Yeah, yeah, yeah
You broke it right in two
너가 둘로 깨버렸어.

 

All I can do is stand the pressure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압박에 섰어.
Now I can't talk, though I'd write you a letter
나는 너에게 편지를 쓸 생각이라고 말할 수 없어.
Maybe a song
Maybe that will be better
아마 노래나 그보다 더 좋은 것이든

 

Now I'm a mess in a sequin dress
지금 내 스팽글 드레스가 엉망이야.
No, I don't care, don't wanna obsess
아냐. 상관없어. 망상 따위에 들리고 싶지 않아.
I'm a mess
난 엉망이야.
Or maybe you just broke my cool
어쩌면 넌 오직 나의 냉정을 깨버렸거나.

 

You, you broke my cool
너 넌 나의 냉정을 깨버렸어.
Yeah, yeah, yeah
You broke it right in two
너가 둘로 깨버렸어.

 

Comment '2'
  • profile
    동시성 2013.08.23 13:01

    싼쵸의 생활상을 들어보자면 그 피폐함이 일개의 소작농을 뛰어넘어 하급 노예 수준이라고 볼 수 있는데
    스페인의 노예제도는 17~18세기에 왕성하다 19세기 프랑스 혁명, 볼리바르 혁명 등의 영향으로 폐지되었다.
    게다가 싼쵸는 21세기 기술의 산물인 MP3 플레이어를 사용하여 다양한 약물 음악을 곧 잘 듣는다.
    이 모순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예측하건데 아마 싼쵸는 미래에서 타임슬립을 이용해 현재로 와서 코윈사의 MP3 플레이어와 각종 MP3 파일 등을 구입한 뒤,
    다시 개화 이전의 과거로 돌아가 빈곤과 채찍이 함께하는 척박한 노예 생활을 일부러 즐기는 변태 취향의 서구인이 아닐까 싶다.

  • ?
    제인 2013.08.23 19:10
    싼쵸 힘내! ㅠ_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