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무현, 두 도시 이야기'를 보고

by 동시성 posted Jan 04, 2017

muhyn.jpg

 

노무현 대통령이 등장하는 다큐멘터리 <무현, 두 도시 이야기>를 보았다.

다큐멘터리로는 이례적으로 20만명에 육박하는 흥행을 기록했는데, 

영화의 완성도가 몹시 뛰어나다고 할 수는 없지만, 의도의 진정성을 느낄 수 있었다.

 

영화가 제목에 디킨스의 소설 <두 도시 이야기>를 데려다 쓴 건 다음 구절을 위해서일 것이다.

영화의 뒷 부분에 다음과 같이 무게감있게 등장한다.

 

twocity.png

 

이 구절은 노무현 대통령의 삶과 정치 철학과 상통한다.

 

인권변호사, 민주화운동가에서 정치인이 된 노무현 의원은, 3당 합당을 뿌리치고

'꼬마민주당'에 남아 국회의원에 떨어지고, 지역감정이란 폐단을 척결하기 위해

'민주당'의 간판을 걸고 부산에 출마하여 국회의원에 또 떨어지고

부산시장에도 떨어지는 과정들을 통해, '뺏지'나 '자리'를 얻기 위한 것이 아니라

대의를 위하여 정치를 하는 정치인으로 알려져가고 있었는데

 

'정치 1번지'인 종로에서의 재선이 유력함에도 불구하고 16대 총선에서 또 다시 부산에 도전함으로서

또 다시 지역감정의 벽에 부딪쳐 낙선해 버렸으나, 정치인 노무현의 진심을 알아본 사람들이 모여 

최초의 정치인 팬클럽인 노사모를 탄생하게 했으며, 2002년 대통령 당선의 밑거름이 되었다.

영화는 주로 2000년 16대 총선 시절의 노무현 대통령이 부산에서 유세를 다니는 모습을 비추고 있다.

 

비록 낙선은 했으나, 디킨스의 구절처럼 그가 했던 '어떤 일도 헛수고는 아니'었던 것이다. 

앞서 말했듯, 대통령 당선의 밑거름이자 원동력이 되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노무현 대통령은 단순히 대통령 당선을 목적으로 정치를 한 것이 아니라 

지역감정이란 폐단을 척결하고 해체시켜 민주주의를 복구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16대 총선 당시 지역감정이 어느 지경이었는지 볼 수 있는 동영상이 하나 있다.

아마도 MBC에서 만들어졌던 다큐의 일부인 것 같다.

 

 

절대 무너지지 않을 철옹성 같던 지역감정의 벽에 균열이 가기 시작한 건 2012년 19대 총선 때다.

노무현 대통령이 서거한 3년 뒤인 19대 총선에서 민주당 후보 2명(문재인, 조경태)이 부산에서 당선 되었다.

노무현 대통령이 그토록 뚫고 싶어했던 벽이었던 부산에서의 민주당 당선이 실현된 것이다.

 

그리고 4년 뒤, 20대 총선에서 민주당은 부산에서 5석, 영남에서 3석, 심지어 대구에서도 1석을 차지하는 이변을 일으켰다.

게다가 민주당을 뛰쳐나간 사람들이 모인 국민의당이 호남을 독점해줌으로서, 민주당은 호남당의 이미지를 벗게 되었고

최순실 게이트가 터지고 새누리당이 두동강 나면서, 2017년 1월 초 현재, 민주당은 영남에서도 지지율 1위를 달리게 되었다.

 

노무현 대통령은 3당 합당과 지역감정으로 망가진 정당정치를 회복하기 위해서

지역 대결이 아닌 정책노선으로서의 대결로 정계를 개편하기 위해 열린우리당을 창당했었는데

비록 그 열린우리당은 지켜지지 못하고 사라졌지만, 최근 더불어민주당을 통하여 되살아난 듯 하다.

노무현 대통령이 갈망했던 지역구도를 벗어난 전국정당이 드디어 만들어졌다.

 

저 디킨스의 구절처럼 '오는 길이 오래 걸리더라도', '멈추거나 물러서지 않'으며 틔었던 싹은

'어떤 일도 헛수고가 아니'였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며 점차 자라난 것이다.

 

'그렇지만 보지 못하더라도, 내가 확실히하지 못하더라도'라는 구절처럼

변화는 노무현 대통령이 서거한 뒤에야 이루어졌지만, 

노무현 대통령의 도전과 진심은 결국 '승리에 도움이' 되었을 뿐 아니라 

 '우리가 승리를 보게 될 거라'는 믿음을 가질 수 있게 한다. 

 

디킨스의 저 구절과 일맥상통하는 노무현 대통령의 정치 철학이 담긴 인터뷰를 영화에서 발췌하였다.

 

 

노무현 대통령이 발아시킨 싹은 그냥 시들어 버리지 않았다. 누군가의 진심은 그냥 없어지지 않는다. 

80년대 데모하고 고문받던 민주화 투사들이 심어 놓은 씨앗이 지금의 변화를 가능하게 했다.

그 이전에 독립운동가들이 있었고, 그 이전에 동학농민운동가들이 있었다. 그래서 희망이 있다.

 

사람은 쉽게 가고 시대는 금방 옷을 갈아 입어, 때로는 사라지고 패배한 것 처럼 보일 때가 있지만

진심으로 뿌려 놓은 진실들은 그냥 없어지지 않는 것이 자연의 법칙이자 섭리이다.

'오는 길이 오래 걸리더라도' 결국에는 진실의 가치가 승리할 것이다.

 

[여담1] 

평원에서 평화와 자유를 누리던 북미 인디언들은 서구의 침략으로 멸망한 것처럼 보였지만

그들의 이뤄냈던 가치는 미국의 헌법에 그대로 흡수되었고 (미헌법은 이뤄쿼이족의 정치구조를 토대로 했다.)

결과적으로 민주주의를 탄생시키고 전세계에 민주주의가 널리 보급되게 하였다.

 

[여담2]

중국 공산당은 티베트를 침략하기 위해 고유하게 지켜왔던 정신문명을 훼손하려 했고

그로 인해 많은 티베트의 고승들이 유럽과 북미 등으로 망명하게 되었는데

그곳에서 서구의 오랜 정신문명에 비해 오히려 이성적으로 보일 수 있는 가르침을 펼침으로

마침 정신적인 가치를 잃어가고 있던 현대 서구인들의 구미에도 잘 맞았고

결과적으로 고유하게 지켜왔던 티베트의 정신문명을 전세계에 널리 알리게 하였다.

 

[여담3]

파올로 코엘료의 <아크라 문서>를 보면, 도시의 멸망과 죽음을 목전에 두고서도

지금까지 이루어온 정신적인 가치를 남기려고 노력하는 헌신적인 사람들이 나온다.

 

다음은 영화의 마지막 장면이다.

사람은 갔지만 과연 정신은 남는다.

 

 

* 2022년에 영상 추가 (역시 '두 도시 이야기'의 구절을 떠올리게 한다.)

 

 


Title
  1. [영화] 홍상수 감독의 '밤의 해변에서 혼자'

    Date2017.05.23 By동시성 Reply0 Views495
    Read More
  2. [영화] 박광수의 '그 섬에 가고 싶다'

    Date2017.04.23 By동시성 Reply0 Views900
    Read More
  3. [정치] 진실과 정치

    Date2017.04.12 By동시성 Reply0 Views373
    Read More
  4. [영화] '무현, 두 도시 이야기'를 보고

    Date2017.01.04 By동시성 Reply0 Views291
    Read More
  5. [정치] 삐라의 추억

    Date2016.12.05 By동시성 Reply0 Views437
    Read More
  6. [정치] 서북청년단과 카르마

    Date2014.10.03 By동시성 Reply0 Views695
    Read More
  7. [영화] '바람의 계곡 나우시카'의 조로아스터교 상징

    Date2013.10.23 By동시성 Reply0 Views3002
    Read More
  8. [미술] 짐승의 형상을 이용한 로고 이미지들

    Date2013.05.07 By막심 Reply3 Views3005
    Read More
  9. [영화] 레오스 까락스의 '나쁜피' (숨겨진 반전)

    Date2013.02.16 By동시성 Reply3 Views3841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Next
/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