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맨 2021.01.20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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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출발

 

 

2년여를 일했던 종로5가의 7 편의점을 퇴직하였다.

 

 

눈을 감으면 이X석 점장님의 미소가 아련한 멜로디처럼 흐른다.

 

 

나는 주말 아르바이트생이었기에 점장님과는 일주일에 한 번, 근무 교대를 할 때 마주쳤었다.

나는 교대할 때마다 항상 점장님에게 가불을 요구했다.

 

 

일주일에 한 번, 10만 원, 15만 원, 7만 원, 나의 지갑 사정에 따라 가불금액이 달라지는 것이다. 그렇게 받은 돈으로 나는 일주일을 살아나가는 것이다. 돈을 쓸 때마다 점장님의 미소 어린 얼굴이 떠오르지 않을 수가 없다. 양파 한 묽음을 살 때도, 지갑 속 만원의 현찰을 만질 때도, 순댓국 한 그릇을 먹을 때도. (이건 점장님이 사주신 거야. 맛있게 먹자.)

 

 

그렇게 2년여 동안을 아무런 불평 없이 가불을 해주신 고마운 이X석 점장님을 추억한다.

 

 

코로나19의 여파로 종로57 편의점의 매출은 코로나19 이전보다 현저히 나락으로 추락했다. 점장님은 아무렇지 않은 체했지만, 나는 알고 있었다. 점장님의 내면, 매출 감소로 인한 근심을 나는 알고 있었다.

 

 

코로나 이전에는 7 편의점 옆에 중급 호텔이 있어, 외국인 손님이 많았다. 또한 7 편의점 근처에 위치한 광장시장은 한국의 주요 관광코스이기에 편의점 매출 향상의 큰 도움이 되었다. 그야말로 황금시대였다. 나는 편의점에서 근무하며 여러 나라의 인종들을 만나볼 수 있었다.

흑인, 미국인, 이탈리안, 차이나, 모슬렘, 재퍼니즈

 

 

한가한 시간에 편의점에서 헨리 밀러의 북회귀선을 읽고 있었는데, 어떤 멕시칸 남성이 “Tropic of Cancer”라고 아는 척을 한 적이 있었다. 겉표지의 영어 제목을 읽어낸 것이다.

 

 

이런 에피소드도 있었다. 어떤 금발의 아메리칸 미인 여성이 내가 잠시 펼쳐 두었던 마크 트웨인의 아서 왕 궁정의 코네티컷 양키의 북 커버를 유심히 살펴보았다. 그리고선 내게 악수를 청하며 말했다. "Oh, Mark Twain"

 

 

종로5가의 7 편의점은 내게 세계와 같았다.

아름다운 추억.

 

 

하지만 달콤한 꿈은 영원하지 않았다.

코로나19로 인한 매출 감소로 점장님은 편의점을 본사 직영으로 넘겼고, 나는 결국 일자리를 잃었다.

 

 

절망은 내게 사치다. 이제 새로운 출발을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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