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심 2021.01.14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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린다는 어디에 있을까? 주인은 린다를 어디에 감춰둔 걸까?

아주머니들에게 물어보니, 이상하게도 몇일 전부터

주인의 방에서 남겨져 나오는 음식의 양이 부쩍 늘었다고 한다.

불안한 마음에 말똥을 치울 정신도 없었으니 말들은 똥냄새에 질려 워워- 울어댔다.

 

토요일이면 주인은 어김없이 투물장에 간다.

투물장은 여우와 이리, 뱀과 독수리, 퓨마와 재규어 등 

종에 구별 없이, 동물들에게 약을 먹이고 싸움을 붙이는 곳인데 

주인은 언제나 들떠서 나가서는 분노에 차서 돌아오곤 했다.

돈을 많이 잃은 날에는 분이 안 풀리는지 하인들을 이유없이 채찍으로 때렸다.

 

나는 성모 마리아가 그려진 작고 날카로운 나이프를 

조끼 주머니에 숨겨두고는 토요일 만을 손꼽았다.

주인은 매번 돈을 잃으면서도 나갈때 만큼은 승기에 잔뜩 취하곤 했는데

그 날도 크게 흥분하여, 우물지기와 나무지기를 세워두고는

투물장에 새로 들어온 악어의 용맹함에 대해 한 참을 떠들다 나갔다.

그 악어도 이제는 죽은 목숨이다.

주인이 점찍은 동물은 용맹하다가도 언제나 곧 바로 죽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나의 린다는 어떻게 됐을까?

 

주인이 사는 저택의 꼭대기 층을 향해 원형계단을 오르며 

불길한 마음을 감출 수가 없었다.

린다를 어디에 빼돌려둔 것이라면 차라리 좋겠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꼭대기의 주인의 방은 이 원형계단 만을 통해 올라갈 수 있기 때문에

식사와 청소와 빨래를 하는 아주머니들은 매우 힘들어했다. 

주인의 방 문 앞에 다다랐다.

문 하단에는 음식물과 빨래들을 나를 수 있는 통로가 있었는데

나는 근래에 불안하여 도저히 음식을 먹지 못했기에

매우 말라있어 다행히 그 통로로 주인의 방에 들어갈 수 있었다. 

방에는 온갖 동물들의 가죽과 박제들이 가득했다.

적당히 한 두개만 둔다면야 장식품이겠지만 

각각의 벽마다 가득차있는 동물의 박제들을 보니 흉흉하기 그지 없었다.

나를 노려보고 있는 박쥐를 나도 노려보며 린다의 흔적을 찾았다.

그러나 침대에도 거실에도 서재에도 린다는 없었다.

주인이 밤 중에 어딘가로 몰래 빼돌린 것은 아닐까?

차라리 그렇다면 다행일텐데.

생각하며 뒤돌아나가려는 찰라, 서재 쪽에서 어떤 불길한 기운이 느껴졌다.

그것은 희미한 멜로디 같기도 하고, 피부에 닿는 열기 같기도 하였으며

어쩌면 나를 린다가 부르고 있다는 것 같은 느낌이기도 했다.

그 미묘한 기운을 따라 서재의 왼쪽 구석으로 다다르니

아치형 창의 양 옆에 흉악하게 생긴 선인장이 놓여있었고

그 중앙에 치타의 가죽이 깔려 있었다.

왜 여기 뜬금없이 가죽이 깔려있지?  

가죽을 들어보니 과연, 네모난 나무 뚜껑이 보이고, 그것을 열어보니

아래로 내려갈 수 있는 계단이 있었다.

어두운 구멍 속으로 계단을 하나 하나 밟아 내려가 지면에 닿았다.

계단이 난 구멍 말고는 빛이 없으니 너무나 어두웠다.

그러나 그 어둠은 단지 빛이 없이 때문이 아닌 진정한 무언가가 있었다.

지하가 아님에도 더욱 지하같은 창이 없는 그곳은

쾌리한 냄새가 났고, 묵직한 공기는 통증을 유발해 

목과 피부를 따끔따끔 거리게 했다. 

그러고 그곳에 린다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린다의 영혼을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숨결은 없었다.

린다는 죽었다.

 

나는 그대로 도망쳐 나와 저 산을 넘어 아무도 모르는 바닷가 마을로 도망치고 싶었다.

린다가 어떻게 죽어있는지 보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린다가 어떻게 죽었는지 보고 알아내야만, 린다의 영혼을 구할 수 있을 것이다.

아무리 괴로워도 해야만 하는 일이 있는 것이다.

나는 계단을 올라 서재에서 등불을 가져왔다. 

린다를 보았다.

그 밀실에서 나는 이 세상에서 가장 비참한 동물이 되어 몇시간이나 울부짖었다.

 

그곳에는 몇구의 시신이 더 있었는데 모두가 여자였고 전부 박제되어 있었다. 

그 하얗고 아름답던 린다의 피부는 자글자글 금이 가 있었는데 

바니시 같은 것을 발랐는지 등불에 번득거렸다.

린다를 영원히 물질계 안에 가둬둔 속셈이었을까!

린다를 린다의 성기 부위에는 구멍이 뚫려 있었다.

빛이 차단된 이 곳에서 주인은 대체 무슨 악행들을 저지른 것인가! 

린다의 허공을 보는 눈동자 만은 살아있는 것 같아

린다의 영혼과 한이 박제 속에 갇혀 있을까 두려웠다.

 

린다와 다른 여인들을 모두 윗층으로 끄집어 올렸다.

거기엔 율리아도 있었다.

어렸을 적 친구였던 율리아는 일곱살의 모습 그대로 

마치 빙하에 갇힌 것 처럼, 투명막 속에 들어 있었다..

호수에 빠져 죽었다고 들었는데, 은폐를 위한 헛소문이었구나.

주인은 하늘이 두렵지 않은걸까. 

이런 짓을 하고도 무사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걸까.

울고 또 울었다. 황망한 마음이 들었다.

저녁이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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