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줌보 2020.09.09 02:13
조회 수 76 댓글 3

구로공단을 홀로 거닐며

초등학교 친구였던 동관을 생각했다.

동관은 분명 구로공단에서 어딘가에서 일한다고 했다.

 

어릴적 나는 그를 똥관이라고 불렀었다.

동관은 어느날 학교에 뱀모형 피규어를 가져왔는데

그것을 본 여선생은 동관을 혼내지 않고 나를 혼냈다.

동관이 내 영향을 받아, 저런 걸 가지고 온다는 이유에서였다.

 

여선생은 특별한 이유도 없이

나에게 매일 어머니를 모셔오라고 하였지만

틀림없이 촌지를 요구할 것만 같아, 어머니는 가지 않았다.

 

그건 그렇고 동관의 월급은 얼마일까?

우연히 동관을 만나면 그는 나를 알아볼 수 있을까?

나는 필시 동관을 알아볼 수 있을 것이다.

 

동관은 내게 술을 사줄까?

어쩌면 동관은 아예 술을 안 마실지도 모른다.

그는 공부는 못했지만 착하고 순진했다.

 

구로공단에 골목 구석 모서리에 쭈구려 앉아

혹시나 동관이 지나가진 않을 두리번 거렸다.

내 앞을 지나치는 건 족제비를 빼다밖은 남자와

어쩐지 야무치를 닮은 남자 뿐이었다.

 

야무치는 부르마에게 이혼 당하고 어떤 기분이었을까?

어쩐지 야무치를 닮은 남자는 야무치를 알고나 있을까?

부르마는 외계인과 보기 좋게 재혼 했지만

야무치는 결코 재혼하지 않았다.

Comment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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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운몽 2020.09.11 20:04
    구로공단 - 동관 - 야무치로 이어지는 비밀지령을 해독할 자가 몇이나 될까?
  • ?
    야지베로 2020.09.15 17:22
    <p>구로공단과 동관의 ㄱ, ㄷ 을 서로 치환해 보았습니다.<br>그렇다면, 잘 아시겠지만 구로공단은 동로동단, 동관은 공관이 됩니다. 즉 동로동단의 공관인 야무치는 저쪽 세계에 있는 것이지요. 이쪽의 야무치는 언젠가 내게 말했는데, "이제 와서 말하겠지만, 나는 진짜의 야무치가 아니라 실상은 야무치의 탈을 쓴 야지베로 입니다" 라고 순순히 털어놓았습니다. 그렇담 진짜의 야지베로는 어디에 있는 것일까요. 그것은 야지베로 자신 조차 알 수가 없는 일이었습니다. 야지베로는 자신의 몸을 가누는 것조차도 충분히 힘들 텐데 날지도 못하면서 어느샌가 나타나 손오공들에게 선두를 나눠주고선 홀연히 숲으로 사라졌지요. 나는 야지베로를 좋아합니다. 야지베로 특유의 배짱과 유머, 그에 따른 미묘한 성실감을 통감하는 것입니다.</p>
  • profile
    오줌보 2020.09.30 05:34
    갑자원의 길은 멀고도 멀다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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