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맨 2020.08.26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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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타임 아르바이트생이 물었다.

혹시 소식 들으셨어요?”

 

 

나는 별안간 놀라 물었다.

소식이요?”

 

 

아직 점장님이 씨에겐 말하지 않으셨구나. 그럼 못 들은 거로 하세요. 그렇지만 마음의 준비는 하시고요.”

 

 

나는 순간 무엇을 감지했다.

여기 없어지나요?”

 

 

오전 타임 아르바이트생은 자리에 서서 턱을 오른팔로 괴고는 무엇을 골똘하게 고심하고 있었다. 그의 모습은 오귀스트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을 연상케 했다.

 

 

내가 딴사람이면 몰라도 X 씨니까 말해 주는 거예요. 점장님이 편의점 정리하시고 본사로 넘긴다고 하더라고요. 본사 사람들 보신 적 없죠? 영 껄끄럽기 이만저만이 아닐 텐데요. X 씨는 계속 일하실 거?”

 

 

나는 말했다.

점장님과 얘기를 해봐야 알겠지요. 11시 즈음에는 언제나 점장님에게 전화가 걸려오거든요.”

 

 

저는 한 달 전부터 그만두려고 했었는데, 때마침 잘 된 것 같네요. 점장님한테는 절대 내가 얘기했다고 하지 말아요. 알았죠?”

 

 

알겠습니다.”

 

 

나는 몹시 혼란스러워졌다.

나는 쓰디쓴 담배를 물고서 골똘히 생각해보았다.

내가 너무 이 편의점에 집착했었나?’

 

 

현재 시각 오후 3시경.

나는 불안한 마음을 달래고자 했으나 불안은 점점 잎을 갉아 먹는 벌레처럼 내 가슴팍을 갉아먹었고, 뒤이어 두려움과 걱정이 하나 둘 모습을 드러냈다. 그것들은 내 머릿속을 아무렇게나 헤집고 다니고 구둣발로 진흙투성이의 발자국을 남겼다.

 

 

나는 편의점은 곧 본사로 넘어간다.’ 라는 오전 타임 아르바이트의 말에 내 모든 희망을 걸었다. ‘어쩌면 본사에서 써줄지도 몰라.’ 그들로서도 3년이나 성실하게 일한 나를 굳이 쓰지 않을 이유가 없지 않은가?

 

 

나의 불안한 마음은 다소 진정되었으나 시도 때도 없이 들이닥치는 두려움과 걱정이 나를 사로잡았다. 나는 어서 11시가 되어 점장님과 통화를 하고 싶었지만, 시간은 늘어지는 치즈처럼 이상하게 흐르고 있다. 나는 마음속으로 빌었다. “제발. 아직 몇 년은 더 일해야 할 텐데. 이렇게 좋은 일자리는 내 생애에 다시는 없을지도 몰라. 제발. 본사에서 써주길.”

 

 

112.

마침내 점장님에게 전화가 왔다. 나는 심호흡을 한 번 하고선 최대한 밝은 목소리로 전화를 받았다.

 

 

. 점장님.”

 

 

어어. 오늘 폐기는 없고 내가 할 이야기가 있는데...”

 

 

그때 손님 여섯, 일곱 명이 동시에 들어왔다.

 

 

점장님. 몇 분후에 다시 전화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아냐. 기다리지 뭐.”

 

 

나는 손님들이 가지고 온 물건들을 재빠르고 정확하게 계산했다.

 

 

점장님. 이제 전부 돌아갔습니다.”

 

 

“X . 딱 한 번만 말할 테니 잘 들어. 내가 이번에 사정이 있어서 편의점을 그만둬.”

 

 

점장님? 정말이세요?”

 

 

속이 좀 안 좋아. 이 병은 우리 집안의 내력일지도 모르지. 아무튼 이제 나는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버틸 수가 없네.

 

 

그동안 힘드셨겠어요.”

 

 

이런 말 까진 씨에겐 안 하려고 했는데, 올해 1월부터 매출이 적자였어. 코로나 이후로 매출이 확 준 거 씨도 잘 알 거야. 내가 보기엔 이번 코로나 올해로 안 끝나. 여기서 접어야지 뭘 어쩌겠어. 올해 1월부터 현재까지 계속 적자였어.”

 

 

말씀을 하시지. ....”

 

 

그래도 씨는 지금까지 성실하게 일해 줘서 내가 본사에다 말해 놓긴 했는데 무엇보다 씨 의사가 중요해. 설명하자면 913일까지 씨와 나와의 관계는 끝이야. 그 이후로 이 편의점은 본사로 넘어간다. 길은 두 가지가 있어. 실업급여를 받으면서 다른 직장을 알아보느냐, 아니면 계속 여기서 일하느냐지.”

 

 

저는 계속 일하고 싶습니다.”

 

 

내가 봐도 씨는 계속 일하는 게 좋을 거야. 지금 어디서 알바 자리를 구할 거야? 그래도 씨가 성실하게 일해 줘서 그런 거지. 역시 세상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 거야.

 

 

본사에서 저를 써줄까요?”

 

 

내가 다 말해놨어. 그쪽에서도 섣불리 행동하지는 못할 테지.”

 

 

그럼 본사는 이 편의점을 언제까지 관리하게 될까요?”

 

 

본사가 개입하는 건 어디까지나 위탁 점주를 찾을 때까지 이지, 그 이상의 권한은 그들에게는 없어.”

 

 

그럼 위탁 점주는 대개 어떤 분들이 오시나요?”

 

 

그건 나로서도 잘 모르겠다. 어쨌든 간에 씨는 성실하게 해내 갈 거라고 나는 느껴져.”

 

 

점장님과 나는 점심 식사 약속을 하고선 전화를 끊었다.

 

 

집으로 돌아온 나는 캔 맥주를 마시며 속을 달랬다나는 생각했다. 본사와 위탁 점주라... 그 두 가지는 내게 피할 수 없는 운명의 기로에 서 있는 쓸쓸한 노인을 생각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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