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맨 2019.07.17 23:39
조회 수 69 댓글 2

깊은 밤.... 지금 이곳에.... 우리는....

숲속 골짜기.... 달빛이 맺힌 나뭇잎이 떨어지고...언젠가....

 

 

나는 이불을 뒤집어쓰고 낮은 책상에 앉아 노트에

무언가를 적고 있다.

 

 

노란 전등 빛에 마음이 따스해진다.

이불 속에서 얼굴을 더듬어 본다.

나는 이불 밖으로 나와 냉장고 문을 열었다.

어두운 방 안에 노란색 빛이 번지고 사라졌다.

 

 

618일 화

 

12시 반에 술을 사러 나가야 했다.

옥탑방을 나서자 햇빛에 눈이 부셨다. 나는 문득 평소와 다른 무엇이 느껴져 골목길로 향하는 계단 모퉁이를 내려다보았다. 역시나 어떤 50대 남성이 나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나는 객관적인 생각으로서 저곳 계단에는 사람이 없겠거니하고 별 신경을 쓰지 않았었는데 오늘은 달랐다. 그 남자는 핸드폰을 귀에 납작하게 붙인 채 나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그와의 돌발적인 시선 교환으로 나는 조금 놀랐다. 그렇지만 금세 다시 평온을 되찾고서 계단 아래로 성큼성큼 내려갔다. 그는 누군가와 통화를 하며 나를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나는 여유가 몸에 밴 귀족처럼 그를 지나쳤다.

 

 

내가 사는 동네의 내리막길 끝에 자주 가는 마트가 있다. 나는 그곳에서 필 라이트 프레쉬와 참이슬을 샀다. 그리고 다시 집으로 돌아간다. 언덕이 가팔라 숨을 몰아쉬며 잠깐 멈출까 생각하지만 최대한 빠르게 집으로 돌아가는 것이 최선이다. 집이 점점 가까워질수록 핸드폰 남자가 계단 모퉁이에 그대로 서 있을 것만 같아 신경이 쓰였다. “마주치면 어쩌지?”와 동일한 근심 걱정들이 내 머리 위로 쏟아지는 사이 집 앞 계단에 다다랐다. 집 앞 계단 주변에서 백색소음과 무전기 소리가 들렸다.

 

 

내 앞에서 경찰 두 명이 무전기에 뭐라 말하는 순간, 나의 심장은 찌그러진 알루미늄 캔처럼 쪼그라들었다. “나를 잡으러 왔구나!”, “이제 때가 되긴 되었지.”, “저 핸드폰 스토커가 아직도 나를 쳐다보고 있네!”, “저 자식이 신고 한 건가?”, “뜨거운 맛을 보여줘야겠어.”, “이제 더는 마음 졸일 일은 없잖아?”, “차라리 잘 됐지.”, “전부 꺼져버려! 난 결백해!”

 

 

두 명의 경찰은 나를 힐끔 쳐다보았다. 나는 무한히 깊어만 가는 저 청동색 바닷속으로 아스러진다... 경찰 허리에 매달려있는 곤봉이 시계추처럼 흔들렸다.

 

 

경찰들은 왼쪽 골목으로 사라졌다. 핸드폰 남자가 아직도 누군가와 통화를 하며 나와 시선을 맞추었다. 나는 지금에야 비로써 옥탑방으로 올라가려고 하는데, 옆 주택의 문이 열린 지하 방 부엌에서 국적이 불분명한 동남아시아 여성이 갓난아기를 안고 나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동남아 여자 옆에는 동남아 남자가 있었는데 몹시 불안해 보였다. 남자의 코에 상처가 나 있었다. 나는 서둘러 계단을 올라 옥탑방 안으로 들어갔다.

 

 

 

7xx일 화

 

집에서 낮잠을 자고 있었다. 지금은 꿈 내용이 잘 기억나지 않지만, 무척 이상한 꿈을 꾸고 있었다. 나는 머릿속에서 볼링공이 굴러가는 소리를 들으며 이불을 박차고 일어났다. 물을 마시려고 냉장고 문을 열려는 찰나, 등 뒤로 거대한 바위 같은 존재감이 느껴져 뒤를 돌아봤다. 몇 년 전 보았던 섹박사가 몇 초간 물끄러미 내 머리 위 허공을 응시하고선 우스워 죽겠다는 듯이 나를 쳐다보았다.

 

전혀 즐거워 보이지가 않군, 여전히.”

X 박사는 껄껄껄 하고 웃었다.

나는 뒷머리를 긁적거리며 말했다.

X 박사님. 더는 저를 괴롭히지 마세요.”

괴롭히다니? 나는 여태껏 자넬 내 아들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마음이 아프군.”

제발 그만 가주세요.”

X 박사는 녹색의 실크해트를 벗고서 땀에 젖은 백발의 긴 머리카락을 쓸어 넘겼다. 그의 흰색 실크 장갑이 축축해졌다.

아직도 섹X에 적개심을 품고 있는 것인가?”

적개심이라뇨? 저는 섹X에 대해선 아주 잘 압니다. 전부 다 안다고요!”

그렇다면 대답해보게. X란 건 무엇이지?”

나는 말했다.

지금의 시대에는 육체적이고 감각적인 섹X를 위한 섹X가 대부분이겠지만, 진실한 섹X는 상대방과 자신의 정신적인 상호교류가 원활하게 이루어지는 것이어야 합니다. 각자가 아닌, 서로 사랑하는 두 사람이 하나가 될 때, 서로의 영혼이 하나가 될 때가 진정한 섹X미학의 경지인 것입니다.”

 

X 박사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렇다. 그것이 진정한 섹X라고 할 수 있다. 역시 내 아들답구나.”

 

나는 잠깐 눈을 깜박거렸고, 꿈에서 깨어났다.

 

 

 

716일 화

 

XXXXX 앨범의 인트로가 만들어져 간다. 예전 브릿팝 시대의 아픈 감과 미국의 전자적인 사이키델릭 감이 묻어나온다. 해냈다. 해냈어. 해냈다. 파이팅. 해냈다. 해냈어. 해냈다. 파이팅. 오늘을 잊지 말자. 716일 화.

Comment '2'
  • ?
    마차 2019.07.18 00:25
    과연그럴까
  • profile
    안채호 2019.07.18 12:32

    워드프로세서란 문명의 이기를 제껴두고
    구시대 '노트와 펜'을 사용하겠다는 말이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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