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꽁트] 꾀돌이와 함께 지옥탐험

by 안채호 posted Dec 21, 2018


1. 삼강오룡탕

 

길을 가다 저 앞에 반짝 거리는 느낌이 있어 다가가니

신사임당이 그려진 5만원 짜리 지폐였다.

 

구로동에 사는 류영배씨에게 즉시 전화를 걸었다.

항상 얻어먹기만 했으니, 오늘은 한 턱 쏘겠다고.

 

물론 류영배씨는 한달음에 달려왔다.

천하의 안채호가 술을 사겠다고 하니

하고 있던 생업 마저 제쳐두고 온 것이다.

 

원래 갖고 있던 8900원을 합치니 총 58900원이 되었다.

6만원에 가까운 거금이 있는만큼 자신감이 있었다.

 

나는 류영배에게 네가 조금만 돈을 합치면

저가형 참치집에서 실장님 스폐셜을 먹는 것이 가능하다고 했다.

 

겸손한 류영배씨는 자신은 아직 실장될 그릇이 아니라고

한사코 마다하며 말했다,

 

"무엇보다 자네를 안지 어언 20여년이 되는데"

"20년 만에 처음 술을 사는 만큼, 온전히 자네 돈으로 목을 축이고 싶네."

 

우리는 고민을 하였다,

 

'어디를 가야 술을 잘 사먹었다고 소문이 날까?'

'대낮이긴 하지만 역시 고깃집을 가야할까?'

'소고기, 돼지고기? 요즘 유행하는 양고기?'

'중국집에 가서 청도나 마실까? 청도는 너무 비싸다.'

'일식집을 갈까? 국산집을 갈까? 월남집을 갈까?'

 

고민을 하던 차에, 평소 일등 요리사라고 자칭하는 꾀돌이에게 전화를 하기에 이르렀다.

류영배씨는 마침 화장실에서 용무을 보던 중이었다.

 

"꾀돌님, 지금 오만팔천구백원으로 두 명이서 술과 요리를 먹고 싶은데, 어디가 좋을까요?"

 

꾀돌이가 말하기를,

"우리집에 와. 내가 마침 삼강오룡탕에 직접 담군 술을 마시려던 참이니까!"

"특별히 두 명에 코스로 오만팔천구백원으로 모시겠네!"

"자네니까 특별히 봐주는 거야."

 

용무를 마치고 나오는 류영배에게 잔뜩 기대를 시키고 꾀돌네를 갔다.

한옥집인 꾀돌네는 입구부터 이상한 냄새가 났다,

 

류영배씨는 손으로 코를 냅다 막으며 말했다.

(얼마나 냄새가 심했으면, 급하게 코를 막다 자신의 코를 거의 때릴 뻔 했다.)

"아니 대체 이게 무슨 냄새야! 태어나서 이렇게 고약한 냄새는 처음 맡아보는 걸!"

 

이에 꾀돌은 일침을 놨다.

"들어오자 마자 버르장머리 없게 무슨 호들갑들인가!"

 

나는 애써 류영배를 진정시키고, 꾀돌네 마루에 앉혔다.

이상야릇한 냄새는 더욱 진동을 했다.

코가 막힌게 다행이라면 다행이었다.

 

'도대체 무엇을 어떻게 하면 이런 냄새를 날 수가 있는 거지?'

'쇠파이프에 메주를 발라 선지와 고무를 넣고 끓였다 반년 정도 삮히면 이런 냄새가 날까?'

 

꾀돌이는 뚜껑이 덮힌 뚝배기를 들고 나오며 말했다.

"너희들은 먹어보기는 커녕, 들어본 적도 없는 삼강오룡탕이다!"

"행여나 삼강오륜이랑 햇갈릴 생각은 아서라!"

 

보자마자 왜 반말을 하냐며 항의하려던 류영배씨를 겨우 만류했다.

"꾀돌이는 원래 저래. 존대말을 배우지 못했나봐."

 

꾀돌이는 특유의 제스쳐와 함께, 한껏 뽐을 내며 요리를 설명했다

"세가지 강한 것과 다섯 가지 용의 내장을 넣어 끓인 것이 바로 삼강오룡탕이란 말씀!"

"재료를 어디서 구했냐는 등 비법을 알려고 들면 국자로 맞을 것이란 말씀!"

 

드디어 뚜껑을 열었다,

갈색을 바탕으로 거무스름한 것들이 들어있었다.

냄새를 참지 못했는지 류영배씨는 급기야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꾀돌이는 이를 감동의 눈물로 착각했는지 에헴! 하며

보다 젠체하기 시작했다.

 

건더기들이 있었는데, 대체 무엇인지 알 수 없었다.

용을 넣었다더니, 어떤 파충류라도 집어 넣은 것일까?

어쩌면 나무나 광물이 들어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5sam.jpg

 

꾀돌이는 말했다.

"자자, 사양하지 말고 들게나. 여기 함께 마실 반주를 준비했다네."

 

술병 안에는 가시 같은 것이 수두룩하게 쌓여 있었다,

"용의 비늘과 발톱 조각으로 만든 조갑주라네."

꾀돌이는 조갑주를 한잔씩 따라 주었다.

 

나는 도저히 그것들을 먹고 마실 수 없었다.

그런데 류영배씨는 무언가에 홀린 사람처럼

삼강오룡탕을 떠먹고는 조갑주를 달게 마셨다.

 

꾀돌이는 눈을 반짝거리면서 물었다.

"맛이 어떤가?"

 

류영배씨는 눈물을 철철 흘리며 말했다.

"바로 그 맛입니다."

 

꾀돌이는 나를 쏘아보며 말했다.

"자네도 어서 들게! 친구는 잘 먹고 있지 않은가!"

 

꾀돌이를 실망시키고 싶진 않있지만, 솔직하게 말할 수 밖에 없었다.

"꾀돌님. 죄송합니다. 저는 도저히 먹지를 못하겠습니다."

 

꾀돌이는 류영배씨를 보며 말했다.

"그래. 자네라면 내키지 않겠지."

"저 친구가 잘 먹는 이유는, 저 친구에겐 저게 일종의 고향의 맛과도 같거든."

"그러니까 저 친구가 나라카에 있었을 때 먹었던 음식과 똑같은 맛일게야."

"오늘 저 친구에겐 저게 필요했다네. 저 친구는 중요한 선택에 기로에 놓여있거든"

"이걸 먹어야 무의식으로라도 나라카를 상기하고, 더 이상은 나쁜 짓을 저지르지 않게 돼."

 

류영배씨는 우리의 대화를 듣지도 않고 계속 먹어댔다.

뭔가 질겅질겅 거리는 것을 열심히도 씹었다,

 

꾀돌이는 한 스푼을 떠서 내밀었다.

"자. 자네도 온 김에 아쉽지 않게 경험삼아 맛 좀 보게나."

"단테의 신곡을 읽는 것보다 더 생생한 체험이 될꺼야."

 

나는 용기를 내어. 꾀돌이가 내민 수저에 담긴 그 거무스름한 것에

혀를 잠깐 대어 보았다.

 

아뿔싸!

그것은 형언할 수 없는 지옥의 맛이었다,

인간의 혀가, 미각이 이렇게 까지 섬세했던가, 의문이 들 정도로

깊고도 고약한 지옥의 참맛이었다.

 

내가 아연실색하자 꾀돌이는 즐겁다는 듯 깔깔대며 웃었다.

허나 류영배씨는 벌써 두그릇째 묵묵히 삼강요룡탕을 먹은 것도 모자라

어느새 조갑주도 한병을 거의다 비우고 있었다.

 

꾀돌이는 그런 류영배씨를 흡족한 표정으로 바라보며 말했다.

"내 음식들이 비록 나라카의 맛을 흉내내긴 했지만, 건강에는 좋다네."

"특히 정신건강에 말일세!"

 

꾀돌네를 나와서 전철역으로 걸어가는 동안 류영배씨와 단 한 마디도 나누지 못했다.

매우 어색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전철 행로가 달라 헤어지던 차에 겨우 한 마디 물었다.

"저기, 오늘 괜찮았어?"

 

그러자 그의 낮빛이 갑자기 밝아지면서 말했다.

"응. 좋았어. 술이 독해서 필름이 끊겼는지, 사실 맛은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근래에 고민을 많았는데, 이상하게도 그걸 먹고나니까 생각이 잘 정리됐어."

'너무 욕심내지 말고 초심으로 돌아가야지. 그런 마음이야."

"아무튼 오늘 거기에 데려다줘서 무척 고마워."

 

다행이구나 싶었다.

비록 나는 58000원이나 쓰고, 지옥의 맛을 한 방울 느꼈을 뿐이지만

그래도 류영배씨에게는 도움이 되었다니 그것은 그것대로 좋은 일이다,

 

지옥의 맛을 보여준 꾀돌이는 알다가도 참 모를 사람이다.

그가 살고 있는 익선동의 한옥집은 오늘도 참 허름하기만 하다.

 

hanok.jpg

 

 

2. 꾀돌 TV

 

뜬금없게도 평일 오전에 류영배씨한테 전화가 왔다.

지난 번에 먹은 삼강오룡탕이 그리도 좋았는지

류영배씨는 다짜고짜 꾀돌네에 가자고 졸라댔다.

 

나는 새로산 하드 디스크를 데스크탑에 꼽고 있던 중이라 무척 바빴지만

류영배씨의 간절한 청인 만큼 거절하기가 뭣해

할 수 없이 꾀돌에게 연락을 취했다.

 

“꾀돌님. 접때 봤던 친구가 또 꾀돌님을 뵙고자 합니다.”

“누구말인가?”

 

“왜, 그 오룡탕을 맛있게 먹었던 머리 큰 친구 있지 않습니까.”

“아. 그치 말이군.”

 

꾀돌이는 이어 단호한 어투로 말했다.

“허나 오늘은 오룡탕은 커녕 강낭콩 한 쪽도 내줄 수 없다.”

 

“그럼 어떻게 하죠?”

“마침 하려던 일이 있었는데, 인부들이 필요하니 와볼테면 와보게나.”

 

삼감오룡탕은 커녕 강낭콩 한 쪽도 못 내준다는데, 그래도 가겠냐고 물었더니

왜인지 류영배씨는 흔쾌히 가겠다고 했다.

 

류영배씨는 꾀돌이를 보자마자 넙죽 인사를 하더니 쇼핑백을 하나 내밀었다.

거기엔 로얄 샬루트 21년산이 들어 있었다.

꾀돌이는 꽤나 흡족해보였다.

 

“내가 21년산 이상이 아니면 먹지를 않는데, 센스가 있는 친구로군!”

 

그러면서 꾀돌이는 나를 보며 배를 앞으로 내밀고는 ‘에헴!’하고 젠체를 했다.

 

꾀돌이는 키도 작고, 잘생기지도 않았고, 나이도 많지 않으며

뚜렷한 직업도 없고, 목소리가 괴상한데도 불구하고

꾀돌이에게선 항상 묘하게도 어떠한 권위가 우러 나왔다.

그것은 그가 입고 있는 청회색의 개량한복 때문 만은 아닐 것이다.

 

꾀돌은 B5 사이즈의 종이를 하나 우리에게 내밀었다.

그것은 볼펜으로 직접 쓴 글자들이 빼곡히 적혀있는 한 장의 기획서였다.

 


 

‘꾀돌 TV' 기획서

 

* 기획내용

 

무수한 범인들이 ‘유튜브'라는 이국의 매체를 이용해 자신의 개인 방송을 만들고 더러는 수익을 얻고 있는 것을 관찰된 바, 나 꾀돌이도 ‘꾀돌 TV’라는 이름으로 유튜브 개인 방송을 하기로 마음 먹었다.

 

* 기획의도

 

(일) 수익이 첫째 목적이다.

 

(이) ‘유튜브 개인 방송’들을 이것 저것 구경해보니, 재미있고 유익한 것도 많았지만, 백해 무익하거나 자극적이어서 해악을 끼치는 것들도 많았다.

 

‘인기 유튜브 방송'들을 살펴보니 ‘법륜스님의 즉문즉설' 정도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것들이 지나치게 세속적인 것에 집중해 있었으며, 특히 많은 ‘인기 유튜버’들이 (일부는 안 그런척 하면서도 결국은) 섹스어필을 통해 돈을 벌려고 하는 저속한 의도와, 에고의 과장과 허위들이 넘쳐나고 있음은 물론이요, 일부 몰지각한 유튜버는 가짜뉴스를 퍼트리는 등, 대중에게 미칠 악영향이 심각하여, 대중의 주요 문화 매개체가 되버린 유투브를 조금이라도 바로 잡고 정도를 세우고자 꾀돌이가 동참하기로 한 것이다.

 

* 세부내용

 

꾀돌 TV는 크게 4가지 코너로 구성한다.

 

(일) ‘꾀돌쿡쿡(cook)’ - 대중적인 ‘먹방’의 컨셉을 따르면서도, 사람들이 쉽게 접할 수 없었던 ‘삼강오룡탕'이나 ‘적혈만투', ‘이옹지타잉미' 등의 이색 요리를 선보인다. (머리가 큰 친구 등을 게스트로 활용한다)

 

(이) ‘꾀돌톡톡(talk)' - 꾀돌이가 다양한 주제에 대해서 강의한다. 사람들이 쉽게 접할 수 없었던 ‘이계의 세계'나 ‘인류의 참 역사', ‘세상의 함정' 등에 대해 설명하여 젊은이들의 삶에 도움이 되려고 한다.

 

(삼) ‘꾀돌아트(art)’ - 꾀돌이가 서예를 하거나 그림을 그리거나 시를 짓거나 노래를 짓는 모습들과 작품들을 소개한다.

 

(사) ‘꾀돌상담(advice)’ - 삶의 고민을 물어오는 이를 선정하여, 꾀돌이가 직접 상담이나 조언을 해준다.

 

* 기대성과

 

(일) 꾀돌 TV를 통해 젊은이들이 바른 길을 가는데에 약간이라도 이바지했으면 한다.

 

(이) 공과금과 식비를 해결하고 의류 등을 구입할 수 있도록 한 달에 50만원 정도만 벌 수 있으면 좋겠다.

 


 

"그러니까 지금 꾀돌님께서 유튜버가 되시겠다는 말씀이로군요!" 내가 말했다.

 

꾀돌이는 “에헴!” 했다.

이때 기획서를 곰곰히 읽던 류영배씨가 흐리멍텅한 눈동자로 말했다.

 

“꾀돌님. 강유미TV다, 정청래TV다,

요새는 저마다 TV라고 하는데, 꾀돌님은 할애비처럼 테레비라고 하면 어떨까요?”

 

꾀돌이는 류영배씨의 말을 듣지 못한 것 처럼 자기 말만 했다.

“가스가 끊겨서 ‘꾀돌쿡쿡’은 못하고 ‘꾀돌톡톡’을 할 것이니, 니들은 방청객 역을 맡아라!”

 

본래 꾀돌은 별 영양가가 없다고 생각되는 말은 존재하지 않았던 것 처럼, 무시하는 경향이 있고

류영배씨는 별 영양가 없는 말을 곧잘 늘어놓는 경향이 있다.

 

꾀돌이는 우리들의 핸드폰 세 대를 삼각대에 설치하여

한 대는 자신을 비추고, 한대는 방청객인 우리들을 비추고

나머지 한 대는 풀샷을 찍을 수 있도록 하였다.

 

“안녕하십니까! 꾀돌TV의 '꾀돌톡톡' 첫 시간입니다.

개국 기념으로 오늘은 특별히 잘 아는 제자들과 함께 합니다.”

 

이때 내가 번쩍 손을 들었다.

“꾀돌님! 언제부터 저희들이 꾀돌님의 제자가 된 것입니까?”

 

꾀돌은 말했다.

“제자라는 것은 그저 주어지는 것이지,

제자가 되겠다고 결정하는 것이 아니다.”

 

내가 놀란 것은 사실 류영배씨와 내가 별안간 꾀돌이의 제자가 된 것이 아니었다.

꾀돌이는 워낙에 일방적이기 때문에 그러한 관계 설정은 익숙하다.

진짜 내가 놀란 것은 꾀돌이가 존댓말을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꾀돌은 존댓말을 알고 있었으면서도 보자마자 내게 반말을 했다.

 

꾀돌은 말을 이었다.

 

“오늘은 마침 삼강오룡탕을 능숙하게 먹는 머리 큰 제자도 있으니,

‘지옥'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보겠다. 질문이 있으면 언제든지 질문을 하시오."

 

다음은 꾀돌 TV의  '꾀돌톡톡(Talk)', 제 1강 '지옥'에 대한 강의와 문답 내용이다.

 


 

( 작성 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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