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화 2018.07.03 2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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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까지만 해도 본연의 정신을 유지하기가 어려웠었다. 머릿속의 기준점이란 것이 전무 했었던 것이다. 근래에 들어서 나의 정신이란 것이 기계 상자 속에서 뿜어내는 회오리바람의 영향으로 막대에 달라붙고 있는 솜사탕처럼 무엇에 확고하면서도 유연한 기준점을 만들어 내기 시작했다. 삶이 피부에 겹쳐진다. 이성의 판단에 나름의 가치를 내맡기는 것이 이렇게 달콤할 줄이야. 물론 전에도 어느 부분의 이성은 작동하였었겠지만 나는 그것을 만져보지도, 신뢰하지도, 경험하지도 못하였다. 말하자면 전깃불 혹은 미지에서 쏘아 올린 방사선으로 인하여 태엽의 절반가량이 태워지고 마모되어 버린 자동인형이라고 표현 할 수 있겠다.

 

이성이라는 것은 참으로 훌륭한 것이다. 자신의 의지로 삶을 꾸려나간다는 것이 얼마나 경이로운가. 내 앞에는 그물로 엮어지고 바나나로 유혹하는 포물 함정, 야자 잎으로 정체를 숨긴 가시 구덩이, 악어 뱃가죽인 줄 알고 밟았더니 늪이더라, 따위에 장애물이 황색 프리즘 리본으로 묶인 선물상자처럼 놓여있겠지. 나는 그것을 높이 들고 열렬히 흔들어 댄 다음 수선용 가위를 이용해 리본을 자를 것이다. 영예롭고 용감하게. 하지만 상자 안은, 한 번 이상 결단코 들여다보지 않겠다. 나에겐 이성과 그리고 그것보다 더욱 효과적인 신의 광휘가 내 망토와 심장과 영혼을 지켜준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돌이켜 보았을 때 두려움과 공포는 나의 친구이자 적이었다. 두려움과 공포 속에서 그것을 이겨 내느라 또는 손을 잡느라 아니면 노예가 되느라 반복적으로 당황하고 절망하며 포기하고, 일어섰다.

 

지금에도 나의 내부와 그림자 뒤편에는 여러 가지의 알 수 없는 기호가 새겨진 금속 기둥들이 떠다니지만, 하늘은 높게 파랗고 구름은 백 퍼센트 멋지고 근엄한 태양을 바라볼 수 있는 이 세계가 마음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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