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채호 2018.06.21 0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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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마르크스가 태어난지 200년이 된 해라는 것을, 길거리를 지나다 벽에 붙은 학술 세미나 홍보 포스터를 통해 알게 되었다. 

 

나는 과거 10년도 더 전에 술을 얻어먹으려는 속셈으로, 여차여차 마르크스 관련 학술 세미나에 참가한 적이 있었는데, 대학교를 빌려서 몇박 몇일간 강의를 하는 등, 그 위세는 대단했다.

 

하지만 그 세미나를 개최하던  그 단체는 쇠퇴를 했는지 요즘은 이름도 오간데 없고, 올해는 마르크스가 죽은지 200년이라는 기념적인 해임데도, 학술 세미나 역시 큰 볼품은 없어 보이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 단체는 술자리에서 내게 단체의 가입을 종용했는데, 내가 말을 듣지 않자, 급기야는 단체를 조직한 원년 멤버라는 우두머리 중에 한 명을 데리고 왔다. 그 우두머리는 내가 말이 통하지 않자, 감정으로 호소를 했다.

 

'나는 산에다 텐트를 치고 살았던 가난하고 불우했던 사람'이며, '사람들이 나처럼 불행하지 않게 살게 하는 것이 소망'이라며, 진실해 보일 수 있도록 이야기를 했는데, 술에 취해있었기 때문에 거의 눈에 눈물을 맺기 까지 했다.

 

그럼에도 나는 가입하지 않았는데, '어떤 단체에 가입하는 것은 굉장히 중요한 일이기 때문에, 집에가서 촛불을 켜놓고 몇일 간 심사숙고를 하며 결정해야 한다'고 변명을 하였다.

 

그것은 참 다행이었다. 당시의 나의 상태는 매우 온전치 못했기 때문에, 자칫 잘못했으면 가입 해버렸을지도 모를 일이란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후에야 알게 된 사실이지만, 어느 단체나 결사에 가입하여 함께하면, 공통적인 카르마가 함께 따르기 때문에, 매우 신중해야 한다.)

 

오히려 가입하지 않을 수 있게 한 것은, 그들의 나를 어떻게든 반드시 가입시키고 말겠다는 듯한 태도 때문이었고, 그것은 내게 저항감 마저 들게 했다. 나중에 모두가 모인 피날레 자리에서, 전날 술자리를 함께 했었던 사회자는 나를 쳐다보며 마이크에다 대고 공개적으로 말하였다.

 

"여기에 아직까지도 가입을 하지 않은 사람이 있습니다. 집에 가서 촛불을 켜놓고 생각해본다고 합니다. 여러분 지금 가입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의 유도에 군중은 가입하라는 함성으로 응답했는데, 이것은 마치 사이비 교회에서나 일어날 만한 일이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어 거부감이 일어났고, 계속 되는 "가입해! 가입해!" 요청에도 가입하지 않았다.

 

분위기는 약간 서늘해졌지만, 어쨌든 잘한 일이다. 군중의 함성과 분위기에 떠밀려 원하지도 않는 단체에 가입하게 되는 것은,  제법 부조리한 상황이 되기 때문이다.

 

나야 저항감에 견뎌냈다고는 하지만, 마음이 약한 어떤 사람은 그러한 상황에 놓였을때, 압력을 견디지 못하고 가입해 버릴 수도 있도 있을테니, 가입을 그렇게나 공개적으로 종용하는 것은 무책임한 일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마르크스 세미나를 개최했던 단체와의 추억은 이쯤에서 접어두고, 여하튼 나는 올해가 마르크스 탄생 200주년이라는 핑계로 처음으로 그의 저서를 도서관에서 빌렸다. 처음엔 얆은 판본의 '공산당 선언'이나 읽어볼까 했지만, 누군가가 밑줄을 그어놓아 지저분했기 때문에, 할 수 없어 두꺼운 선집을 빌리게 되었다.

 

karl.jpg

 

마르크스는 알다시피 지난 세기에 잠깐 맹위를 떨쳤던 나찌즘 보다도 길고 광대하게 맹위를 떨치며 더 많은 사람을 죽이게 했던 '꼬뮤니즘'의 정신적인 원로이기도 하며, 태어난지 두 세기가 되었는데도 세상의 곳곳에서 여전히 위력을 끼치고 있기 때문에 알아둬야할 필요가 있을 것인데, 공부하기를 싫어하는 습성상 미루고 미루다가 빌리게 된 것이다. 사실 실제로 얼마나 읽어볼지는 자신이 없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마르크스 같은 철학적인 함정에 갇혀있는 사람들이 많은 만큼, 한 번쯤 읽고 간파해야할 필요는 있을 것이다. 벌써 우리 주의에도, 그래. 막심을 보라! 그는 연인을 마르크스 및 레닌 유령에게 빼앗겼다.

 

도서관에 있는 마르크스 관련 서적의 서문을 보면, 거의 다가 그를 칭송하고 있었다. 많은 공산주의 국가들이 자멸하다 시피 했는데도, 인류는 아직도 그를 놔버리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또한 그로인해 피해 받은 수많은 사람들의 한은 넘치도록 쌓였다.

 

혹자들은 공산주의도 다 같은 공산주의가 아니라 여러가지 방법론이 있으며, 공산주의 국가가 망했다고 공산주의 자체가 망한 것은 아니며, 비도덕적인 자본주의 국가와의 경쟁에서 비공정하게 진 것이기도 하며, 인류는 아직 공산주의를 제대로 실험하거나 실현을 해본 적이 없기 때문에, 마르크스 사상은 아직도 유효하다거나 혹은 마르크스 사상의 한계를 짚고 그것을 넘은 대안적인 또다른 급진사상이 필요하다는 소리를 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아닌 것은 아닌 것이다.

 

공산주의의 습성이나 폐혜나 그 기운을 알아도, 마르크스에 대해 전혀 모르기 때문에, 일단은 사전을 먼저 찾아봤는데, 청년 헤겔학파에 있던 그는, 정치적으로 보수적이기도 한 헤겔철학의 '원리와 현실의 사회관계 및 그 변혁의 과제 사이에서 발견되는 불일치'를 발견하고 이탈했다고 한다.

 

어쩌면 그는 '원리'를 '실생활'에 어떻게든 '일치'시키려고, 말도 안되는, 인류에 대해 얘기하면서도 인류에 대한 이해가 없는, 실상감이 없는, 탁상공론 같은, '레스 인테르나'와 '레스 엑스테르나'를 구분하지 못하는, '억지'가 따르는 공산주의 이론을 설파한 것이 아닐까.

 

형이상학을 배제하고 시야를 좁혀 형이하학적으로만 볼때면 세상은 어떠한 '합당한 원리'대로 움직이는 않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유토피아의 이상과 그것의 실현 사이에는 '갭(Gap)'이 존재하고, 그것은 많은 인류가 함께 격어나가야할 과정일 수 있다. 마음이 조급한 누군가에게는 그 과정이 불교에서 말하는 '겁(Kalpa)'처럼 길게 느껴져 고통스럽게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그렇다고 해서 시야가 좁은, '착시'와도 같은 상태에서, 인류에 대한 깊은 철학이 없이, 인류의 삶의 형태를 크게 변경할지도 모를 이론을, 무식하게 마치 물직적으로 때려 끼워맞추려고 했다면, 그것은 참 안타까운 일인 것이다. (뭐, 자세한 건 읽어봐야 알겠지만)

 

또한 일각에서는 의식 연구를 통해, 마르크스의 의도 자체가 인류의 삶을 개선하려는 동기에서 출발한 것이 아니라, 분노라는 에너지에서 출발한 것이라는 것이 익히 알려져있다.

 

분노는 대체로 세상을 긍정적으로 바꾸지 못한다. 분노라는 에너지 자체가 부정적이기 때문이다. 형이하학적으로 바로 드러나 보이지는 않을 수는 있지만, 세상을 개선하는 것은 당연히 사랑의 에너지이다. 하지만 '후천 개벽'의 때이기 때문에, 점차 보편적으로 인식될 만큼 드러나 보여질런지 모른다.

 

여담이지만 지난 세기, 인간의 진정한 평등과 그 비전의 세계인 '후천 개벽'을 외쳤던 동학(천도교)에 침투하여, 동학을 (물질적으로나마) 약화시킨 것도 마침 공산주의였다. 공산주의는 그야 말로 지난 세기 세계의 곳곳에서 인류의 진일보를 방해하는 '거대한 함정(trap)'으로서 기능해왔다.

 

나찌즘은 악이 뚜렷하게 보여, 시간이 지나니 대다수 사람들이 쉽게 분별할 수 있었지만, 공산주의와 기타 비슷한 수준의 사상들은, 정신을 현혹시키는 측면이 분명히 있어, 여전히 많은 사람들의 의식을 가두고 있다는 것이 참 비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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