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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추억 속의 형을 아는가?

먼발치에서 바라만 보고 있는 형의 마음을 그대는 아는가?

아득한 저 끝에서 기다리고 있는 형의 진심을 헤아릴 수 있겠는가?

 

먼지 쌓인 사진첩 속, 형의 사진을 가슴에 품으며 척박한 도시 생활을 시작했다.

 

고된 노동과 과중한 스트레스가 날 괴롭힐 때면 형의 사진을 매만지며 심신을 안정시켰다.

환락과 유혹이 넘실대는 판타지에서 날 바로 잡아준 사람. 추억 속의 형.

 

시간은 어느덧 물 흐르듯 지나고, 나는 어엿한 중소기업 사장님이 되었다. 드디어 여기까지 올라왔다. 앞만 보고 달렸다. 절대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그러는 사이 추억 속의 형도 빗물에 묽어진 편지처럼 잊혀만 갔다.

 

나는 사회에 찌들어 못된 짓만 일삼았다. 스탠드바, 키스 방, 성인나이트, 즉석만남, 오피스텔, 유사 행위업소, 성인PC방. 안 가본데 없이 두루 섭렵했다. 나는 항상 마음 한 가운데가 텅 비어 있는 것만 같았다. 결코 충족되지 않는 이 갈증. 나는 목적지를 알 수 없어 정처 없이 떠돌아다니는 한 마리의 새였다. 맞다. 발 없는 새. 내가 발 없는 새다.

 

지금에 와서 후회해 봤자 뭐하겠나. 나는 어렴풋이는 알고 있었다. 무언가 잊고 있다. 추억속의 형 같은 것을 잊고 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당시에는 추억 속의 형을 떠올릴 수가 없었다.

 

30년에 걸친 음주와 방탕한 식생활로 인해 이렇게 병실에 누워있는 지금, 비로소 나는 추억 속의 형을 회상한다. “이제 서야 추억 속의 형을 기억해 냅니다. 그동안 줄곧 형을 잊고 지냈지요. 저의 어리석음을 용서하세요. 그래도 하느님의 축복으로 이렇게 마지막에 떠올리자니 그립습니다. 추억 속의 형. 언젠가 우리 아득한 저 끝에서 다시 만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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