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심 2018.02.10 0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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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해 초, 그 무당을 만난 이후로 

나는 10개월 넘게 누워지냈으니, 어느덧 새해가 왔다.

 

덕분에 거의 1년 가깝게 막심일기를 쓰지 못했다.

세상에 온갖 읽을거리거 넘쳐나는 가운데도

나는 굳이 이 초라한 막심일기를 읽을 사람이

이 세계에 세 사람은, 아니 적어도 꼭 한 사람은 있으리라 믿는다.

 

그동안 죽었는지 살았는지도 모르게 소식이 없었으니

그 한 분의 독자에게는 미안한 일이지만, 나는 정말 10개월 넘게 누워 있었다.

이게 다 작년 초에 만난 그 무당 때문이다.

 

그 무당은 보통내기가 아니었다.

나는 그날 예정대로 그와 린다와 관련한 몇가지 문답을 나누었다.

그는 마지막에 나에게 물었다.

 

"정말로 그 여자를 찾겠다는 건가? 쉽지는 않을텐데."

 

나는 말했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찾아내고 말겠습니다."

 

그는 나를 안쓰러운 듯 보며 말했다.

"자네 마음은 알겠다만, 그게 그렇게 마음처럼 쉬운 일이 아니야."

"무엇보다 지금의 자네로서는 무리야. 허약하다고나 할까."

 

"그럼 어떻게 해야 합니까!"

나는 다그쳐 물었다.

 

그는 내 눈을 똑바로 쳐다보면서 물었다.

"지금의 자네는 약간의 재조정이 필요한데, 감당할 수 있겠나?"

나는 린다를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감당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자 그는 수하인 이병철 혹은 이병철씨 등을 밖으로 내보냈다.

그리고는 다자고짜 나에게 달려들어 딥키스를 퍼부려는 것이 아닌가!

 

하지만 그것은 딥키스가 아니었다.

그는 폐부 아주 깊은 곳으로부터 자신의 호흡을 끌어와 내 입 안으로 불어넣어 주는 것이었다.

무게감이 느껴지는 그의 호흡을 받아 들이자, 세포들이 일제히 각성을 한 듯,

온몸이 붕 뜨는듯 하더니, 정신이 머엉해지며 그대로 풀썩 쓰러져버렸다.

 

무당이 쏜살같이 계단을 밟고 지하를 빠져 나가는 것이 보였다.

무당이 이병철 등에게 무언가를 지시하는 소리가 들렸다.

 

"죽지는 않게 이따금 죽이라도 먹이게나."

 

나는 그때 이미 죽음의 '죽'과 먹는 '죽'을 구분하지 못하는 의식 상태였다.

누군가의 짧은 기침 소리와 함께 영원같은 문이 닫혔다.

 

그 문을 열고 지하실을 빠져 나오는데 무려 10개월이 더 걸렸다.

그 지하에서는 별별 일이 있었으나, 앞으라 차차 얘기 하도록 하자.

 

어쨌거나 나 막심은 그 지하에서부터 돌아온 것이다.

나는 이제부터 '독립국가에서 온 막심'이 아니라

'지하에서 돌아온 막심'이다.

 

내 고향인 몰도바 보다,

그 지하에서, 더 고향 같은 것을 만나기도 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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