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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주로. 이 녀석아! 언제까지 잠만자고 있을 테냐?"

 

"아이고오. 피곤하다고요." 세이주로는 막 태어난 아기처럼 울부짖었다.

 

"이 녀석아. 언제까지 게으름만 피울 속셈인 것이냐?"

 

"예? 조금만요. 잠시만. 잠시만요. 똑바로 일어날게요." 세이주로는 지푸라기로 만든 넝마를 머리 끝까지 뒤집어 쓰며 말했다.

 

"어서 일어나거라. 오늘은 북쪽 숲속으로 사냥을 나가야 해." 무사는 엄한 표정으로 세이주로를 나무랐다.  

 

넝마에서 어기적 거리며 기어나온 세이주로가 말했다.

 

"무사님. 어젯 밤에는 정말로 너무너무 추웠어요."

 

"그럼. 겨울이니까 춥지.  조금 있으면 봄이 올 거야. 그때까지 기다려 보게."  

 

"나뭇가지좀 주워 을게요."

 

세이주로는 태양빛이 녹아드는 숲속 한가운데 멀뚱히 서서 미약한 손놀림으로 작은 나뭇가지들을 부러뜨렸다.

떠돌이 무사 "와타나베"는 검집에서 검을 꺼내 그것의 날을 노려보았다.

 

세이주로는 나뭇가지에 불을 붙이며 말했다.

"오늘 아침은 어떡하죠?"

 

"뭐얼. 걸러야지."

 

"어제부터 먹은 것이라고는 도토리와 나무뿌리밖에 없잖아요. 이따위 가혹한 숲에서는 짐승 조차 살아남기 어렵겠어요."

 

"북쪽 산에 가면 사냥감이 있을 것이다. 예감이 좋아. 밤중에 좋은 꿈을 꾸었단다. 세이주로."

 

세이주로는 머리를 긁적거리며 말했다. 그의 질끈 묶은 꽁지머리가 흔들렸다.

"어떤 꿈이었는데요?"

 

"너와 내가 음식이 가득 정렬된 식탁 앞에 앉아 있었지. 모든 대륙의 산해진미와 잘 익은 술이 우리를 기다렸네. 먹고 마시며 인생을 즐기는 동안 나는 서서히 잠에서 깨어났단다."

 

세이주로는 바로 조금 전 피운 모닥불을 발로 짖이기며 말했다.

"꿈에서라도 맛보았으면 됐죠. 뭐. 갑시다. 북쪽으로."

 

와타나베는 조용히 그의 뒤를 따랐다. 

 

-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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