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진실과 정치

by 동시성 posted Apr 12, 2017

원래 사람은 진실과 거짓을 잘 구별해낼 재간이 없다. 심지어 어떤 사람들은 거짓에 속는 것이 너무 익숙해진 나머지, 마치 일부러 거짓을 구별해내는 것처럼 거짓만을 골라서 믿는다. 사기를 크게 당한 사람들에게도 이런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은데, 자신이 당했던 사기와 비슷한 패턴이나 특정한 기운이 왔을 때, 여지없이 논리와 이성을 뒤편으로 감추고, 나도 모르게 그것을 맹목적으로 믿어 버리게 되는 것이다. 

 

그런 상태에 있을때는 마치 ‘들보’라도 끼인 것처럼, 거짓이 진실하게 보이고 반대로 진실이 거짓으로 보이게 되는데, 실제로 어떤 ‘굴절된 렌즈‘를 하나 꼈다고 상상하면 된다.

 

우리나라의 많은 유권자들이 이러한 ‘렌즈’를 끼고 있다. 왜냐하면 사기를 너무나 많이 당했기 때문이다. 국민들은 수많은 세월을 기득권 세력에게 사기 당했다는 것을 깨닫고, 지난해 말과 올 초, 광장에 나와 촛불을 들며 변혁의 기운을 일으키기도 했지만, 오랫동안 반복되어 왔던 ‘습’ 혹은 ‘끌게장’은 아직 남아있는 것 같다. 요즘 다시 안철수 바람이 부는 걸 보면 말이다.

 

과거에는 부산에서 큰 환영을 받던 김대중이 지역감정이 조장된 이후로, 호남으로 갇혀 버리고, 빨갱이가 되어 버리고, 전후맥락을 조금도 따져보지 않은채, 지금도 “김대중이 돈을 줘서 북한이 핵을 만들었다“라는 단순한 공식을 믿고있는 사람들이 많다. 그만큼 수구세력들은 악날하게 대중선동을 해왔던 것이다.

 

그러고 또다시 종편과 MBC, KBS 등, 수구세력에 기댄 언론들을 중심으로 안철수를 뛰우기 시작하니, 많은 국민들이 다시금 햇깔려하고 있다. 그것은 친근하고 익숙한 풍경이다.

 

6월항쟁 후에 노태우의 직선제쇼에 속은 것처럼, 쿠테타세력과 합당해 버린 김영삼을 뽑은 것처럼, 돈을 잘 벌게 해준다는 감언이설에 이명박을 뽑은 것처럼, 박정희의 딸이라는 이유만으로 박근혜를 뽑은 것처럼.

 

양상은 다른 것 같아도, 사실은 비슷한 기운과 향기로 수구세력은 또다시 국민들을 희롱하며 유혹하고 있다. 안철수를 뽑아라. 신선해 보이지 않은가? 뭔가 할 수 있을 것 같지 않은가? 뭔가 다를 것 같지 않은가? 더 강해진 것 같지 않은가? 참신하고 능력있을 것 같지 않은가?

 

하지만 이것은, 이명박을 뽑아라. 뭔가 강단 있을 것 같지 않은가? 유능하지 않을까? 경제를 회복시킬 수 있을 것 같지 않은가? 힘과 능력이 있지 않을까? 라고 하던 유혹의 과거의 목소리와 그닥 다르지가 않다.

 

물론 나도 안철수가 이명박 정도의 사람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이 나라도 한계가 있는 것이다. 국가부도 상태에서 정권을 물려받은 민주세력이 10년 동안 겨우 다져놓은 나라를 이명박과 박근혜라는 사기 도둑 정권이 헤집어놨다. 이번에 또다시 잘하지 못하거나, 망쳐놓을지도 모를 대통령을 뽑는다면 아마도 이 나라는 크나큰 곤경에 빠질 것이다. 15년이나 버티기는 힘들지도 모른다.

 

나는 안철수가 우리나라를 반드시 일으켜 살리겠다는 대의와 능력과 마음을 가졌다고 생각되어지지 않는다. 똑똑하고 화려한 경력이 있다고 해서 세상일이 다 되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마음이다. 진심이 있어야 시야도 넓어지고 선택도 바르게 하고 무엇보다 행위에 파워가 실린다. 대통령 같은 중요한 직책은 업무 능력 뿐 아니라 정신과 마음이 바라야 한다.

 

수많은 언론과 여론과 정치 공작 속에서, 수년 간 몰매를 맞아온 문재인은 어느새 ‘문근혜’라고 까지 불리고 있는 기괴한 지경이다. 여기 저기서 이런 저런 인상을 받다보니 어느새 그렇게 보이는 것이다. 이렇게 각기다른 수많은 정보가 난립하는 중에는 진실을 찾기가 매우 어려워진다.

 

그럼에도 검증을 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그 사람이 살아온 총체적인 과거를 봐야한다. 단지 과거 행적만 보고 따지자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통해 어떤 사람인지를 파악해야 하는 것이다.

 

나는 문재인이 학창시절 소풍을 가다가 다리를 다친 친구를 업고 갔던 일화, 특전사에 복무하던 시절 직업군인도 힘들어 피하려는 훈련을 자원했다는 일화, 유신반대 운동을 했던 경력, 학생운동을 한 것을 후회하면 판사가 될 수 있는데도 후회한다고 하지 않은 것, 대형로펌에서 제의가 와도 인권 변호사를 택한 것, 민주화운동에 매진한 것 등을 통해 그가 어떤 사람인지 파악할 수 있었다.

 

노무현 대통령을 봉하에 묻고 생각에도 없던 정치에 뛰어 들었다. 진작부터 큰 돈을 벌 수 있었는데도 뿌리치고 인권변호사와 민주화운동가의 길을 걸어왔던 그가 새삼스럽게 박근혜나 최순실처럼 권력을 이용해 부당이익을 취할려고 대통령이 되려고 할까? 80년대 말부터 정치권에 제의가 있었는데도 거절하며 정치를 외면해왔던 그가 이제와서 자기애와 권력욕 때문에 패권주의 대통령이 되려고 할까?

 

내 눈에는 참여정부 때 못다 이룬 정치민주화를 이루려고, 노무현 대통령의 명예를 복원하려고, 적폐세력을 청산하려고, 한 발 한 발 조심스럽게 발을 내딛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능력도 자격도 없는 정치인을 하도 많이 봐왔기 때문에, 문재인이 신중하기 위해서 대본을 보고 연설을 하는 것이, 능력이 없어 보일지도 모른다.

 

마음도 없으면서 연극을 일삼는 정치인을 하도 많이 봐왔기 때문에, 문재인이 세월호에서 단식을 하는 것이, 정치쇼로 보일지도 모른다.

 

거짓말을 하는 정치인을 하도 많이 봐왔기 때문에, 문재인이 하는 모든 말이, 거짓으로 보일지도 모른다.

 

이렇게 스스로도 모르게 ‘렌즈’가 끼어져 진실을 놓쳐버리는 걸지도 모른다. 나쁜 놈을 너무 많이 봤기 때문에 불신병에 걸려버린 것이고, 반복되는 언론의 조작질과 사기에 길들여졌기 때문에, 애꿎은 놈이 좋아 보이는 것이다.

 

이제는 ‘렌즈’를 벗자. 사람을 보자. 어지러운 정보망을 넘어 실상을 보자. 

 

왜 문재인은 정치를 시작했고 대통령이 되려고 하는 걸까? 그리고 왜 문재인 지지자들은 ‘문빠’ 혹은 ‘문슬림’이라는 말까지 들을 정도로 문재인을 열성적으로 지지하는 걸까? 마음이 있다면 답을 알 수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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