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미잘의 핵심

by 오줌보 posted Apr 20, 2014

 

"해파리와 말미잘은 같은 강장동물이지만 그들의 삶은 차원이 달라."

 

맘방은 이어서 말했다.

"해파리는 여기저기 부유하지만 말미잘은 땅에 고착하는 정착생활을 하거든. 뭐랄까? 좀 더 중심이 있다고나 할까?"

 

나는 맘방에게 물었다.

"왜 제게 이런 얘기를 하는 거죠? 그것도 일요일 아침에 약속도 없이 집에까지 찾아와서 말이에요. 덕분에 저는 교회도 나가지 못했..."

 

"바로 그 때문이야!!"

맘방은 소리를 치며 내 말문을 막았다.

 

"너는 이렇게 누군가가 별안간 찾아올 수 있는 집이라도 가지고 있지? 뿐만 아니라 너의 근원과 뿌리에 대한 철학을 제공해줄 종교도 가지고 있어. 안 그래?"

 

"뭐, 그렇긴 하죠. 그런데 그게 왜요?"

 

맘방은 자세를 바르게 고쳐 앉고는 내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다.

 

"말하자면 너는 말미잘이란 얘기야. 중심이 있고 핵심도 있어. 하지만 나를 봐! 나는 해피리야! 집도 절도 없는 집시와도 같다구!"

 

잠깐 침묵이 흘렀다.

 

"하지만 형은 명문대생에 기숙사에 살고 있잖아요? 부모님도 어엿한 인도네시아의 지주 이시구요. 그에 비해 저는 외지에서 온 이방인에 불과해요."

 

"학교나 기숙사나 임시일 뿐이야! 해파리가 부유하다 잠깐 암초에 걸린 것에 불과하다구!"

 

학교와 기숙사가 잠깐 걸리는 암초라고? 이치에 맞지 않는 말을 아무렇게나 뱉어대는 것을 보고서야, 나는 맘방의 속셈을 간파했다. 온갖 헛소리로 동점심을 자극해서 수십만 루피를 뜯어내려는 속셈이겠지. 나는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분명희 말하지만 저는 형의 빠칭코 비용를 내드릴 수가 없습니다. 제가 볼때 형은 해파리가 아니라 땅에 고정된 말미잘을 손 쉽게 잡아먹는 강직한 넙치와도 같습니다."


맘방은 상심한 듯, 얼굴까지 붉히면서 다음과 같이 주절주절 말하고는 문을 쾅 닫고 나가버렸다.

 

"너 그거 알아? 다들 너에 대해 뭐라고 수근거리는지! 너는 핵심이 없는 것 같대! 너는 말미잘임에도 핵심이 없어! 너는 핵심이 없는 말미잘이라구! 알기나 해?!"

 

맘방이 가버린 후, 나는 마룻바닥에 누워 어린시절 부산에서 먹었봤던 말미잘 매운탕을 떠올렸다. 맘방은 나의 핵심의 부재에 대해 다른 사람들이 수근거린다고 했지만, 그건 분명히 거짓말일 것이다. 대관절 핵심이란 무엇인가? 게다가 말미잘의 핵심이라니! 무엇보다도 나는 말미잘이 아닌 것이다.

 

나는 다시 부산에서 먹어봤던 말미잘 매운탕 속, 말미잘 고기의 모양을 떠올렸다. 말미잘은 종류도 다양하고 아름다워 바다의 아네모네라고 불린다던데, 매운탕 속 말미잘은 바다의 아네모네라기 보단 바다의 막창에 가까웠다.


그건 그렇고 인도네시아 어딘가에도 말미잘 요리를 팔겠지? 하지만 어쨌든 내가 말미잘이란 소리를 들어서인가? 말미잘 먹기가 조금 꺼려졌다.

 

"그래, 해파리를 먹자. 오랜만에 해파리 냉채에 별표 맥주를 실컷 마시자."

 

나는 같은과 후배인 수치에게 전화를 걸어야지. 치는 어여쁜 편이며 종교가 이슬람이긴 하지만 술과 고기를 좋아라 한다.

 

Comment '2'
  • 싸울아비 2014.04.20 01:59

    내가 볼때 말미잘의 핵심은 말미잘 회다.
    말미잘 매운탕은 주로 안 사람들 용이고, 바깥 사람들 용은 아무래도 말미잘 회라는 것이 내 생각이다.
    말미잘은 독이 있는데 그 독 또한 말미잘의 핵심이다. 우리 사나이들에게 그리 치명적인 독은 아니니 염려 말라!

  • 변태 2014.04.20 23:35
    잼다. 하루키 같다. 올올 재밌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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