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심 2017.03.02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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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무속신앙에 의지하지 않는 편이다.

특히 한국의 무속신앙에는 의지하지 않는다.

 

대자연을 아우르는 ‘큰 영‘을 모시는

북아메리카 원주민들의 무속신앙이라면 모를까.

한국의 무속신앙은 영 신뢰가 가지 않는다.

 

한강 이남의 세습무와 한강 이북의 강신무 중에서도

개인적으로는 강신무를 좀 더 믿음이가지 않는다.

 

그들이 신을 모시고 있다는 것을 못 믿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모시고 있는 신 자체가 못 믿음직스러운 것이다.

 

일각에서는 그러한 신을 ‘중급령’이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한이 남아 일시적으로 머무는 일반영을 ‘하급령’이라 하고

오래도록 아스트랄체에 남아있는 영을 ‘중급령’이라고 한다.

 

이러한 상하 식의 구분은 잘못 되었다고 본다.

아스트랄체에 오래 남았다고 해서

영혼의 급수가 더 높아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문제가 심한 경우가 더 많다.

하지만 어쨌든 강신무들은 '중급령'이라고

불리워지는 영들을 모시는 경우가 많다.

 

‘중급령’은 그냥 아스트랄체라고 부르는 게 마땅하다.

일반적인 사람들과 달리 죽고 난 다음에도

비록 아스트랄 몸일지라도 

이 세계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오래도록 머물기로 한 것이기 때문이다.

마치 그림자처럼 사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은 몸을 필요로 한다.

남의 몸을 통해서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나타낸다.

이러한 아스트랄체들을 신뢰할 수 있겠느냔 말이다.

 

적지 않은 여러 아스트랄체 중 적어도 칠할(70%)쯤은 악한영일지 모른다.

한국의 경우는 팔구(80~90%)할 쯤이 악한영이지 않을까 싶다.

 

일할(10%) 정도는 악하지 않은 선량한 아스트랄체가 있을지 모른다.

그리고 매우 희박하게는 아스트랄계에 머무는 존재가 아니라

영계에 머무는, 아까 말했던 ‘고급령’에 해당되는

즉, 천사나 신선과 같은 영적 존재와 연결되어있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나는 그 희박한 일할 이하(~10%)에 걸기로 했다.

안나의 행방을 찾기 위해서 어쩔 도리가 없이 무당을 찾아가기로 한 것이다.

 

천하의 막심이 무당의 도움을 빌리려하다니,

그만큼이나 나는 절박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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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는 해도 아무 무당이나 찾아갈 순 없었다.

용한(혹은 용할 확률이 있는) 무당을 찾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지난번 제분소에서 일했을 때 잠깐 알았던 카자흐스탄 청년의 도움을 받기까지 했다.

 

한국 무당을 찾는데 왜 외국인 노동자의 도움까지 필요했냐고?

그만큼 그는 일반에 알려지지 않은, 자신을 홍보하지 않는

비밀스럽게 아는 사람들만 찾아가는 무당이었다.

어쩌면 무당이 아닐런지도 모른다.

 

그에게 가기 위해 전면창만 빼고는 암막이 된 승용차에 올라탔다.

눈가리개라도 쒸었다면 마치 빈라덴을 만나러 가는 것과 다를것이 없었다.

 

차는 계속해서 꼬불꼬불한 시골길만 달렸다.

어쩌면 이 자들은 내가 길을 알아차리지 못하기 위해

같은 곳을 도는 것은 아닐까?

 

그렇다면 쓸모 없을 일일텐데.

나는 세상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울 만큼 길치이기 때문이다.

 

이윽고 도착한 것은 소박해 보이는 2층 짜리 전원 주택이었다.

좀 더 으리으리하거나 반대로 다 무너져가는 곳에 살 것 같았는데 의외로 평범했다.

 

게다가 대문 옆에는 버젓이 집주소가 적혀 있었다.

승용차가 암막인 것은 길을 감추기 위한 것이 아니었단 말인가!

 

핫산이 압장 서서 현관에 들어섰고

나와 이병철은 정원에서 대기를 하고 있었다.

이병철씨는 가방에서 노란 봉투를 내밀며 말했다.

 

“돈을 드릴때는 이 봉투에 넣어서 드리면 됩니다.”

 

나는 갑갑한 마음으로 말했다.

“얼마나 넣어야 합니까?”

 

“그거야 본인의 마음이지요.”

 

나는 더욱 갑갑해져서 물었다.

“정말 몰라서 그러는데, 대충 얼마나 넣어야 합니까?”

“보시다시피 형편이 좋지 않습니다.”

 

정말이었다. 제분소에서 번 사십여만원을 이 곳에 몽땅 바칠 순 없었다.

 

그러나 이병철씨는 말을 되풀이 했다.

“그거야 본인 마음 먹기에 달린 것 아닙니까.”

 

나는 물었다.

“그 말인즉슨, 단 돈 천원을 넣어도 된다는 말입니까?”

 

그러자 이병철은 말했다.

“당신의 마음이 천원이라면 그렇게 하셔도 됩니다.”

 

이럴수가! 너무나 교묘하다!

마음을 시험하려 하다니!

 

내가 린다를 생각하는 마음을 돈으로 환산하게 한다니!

마음 같아서야 40만원을 한 번에 쾌척하겠지만,

그 다음 린다를 찾기 위한 최소한의 비용이 필요하다.

 

게다가 이 무당을 백퍼센트 믿을 수도 없는 것 아닌가!

이것은 린다를 생각하는 마음이라기 보다는

무당을 믿지 못하는 마음과의 싸움에 가까웠다.

 

그래도 린다에 관한 일인데, 너무 계산해서는 안된다.

마음 먹고 절반인 20만원을 넣으려고 마음 먹는 찰라,

핫산이 나와서 말했다.

 

“돈은 십만원만 넣어요. 돈도 별로 없잖아요.”

 

나는 다행이다. 싶어서 십만원만 넣었다.

이병철씨는 입을 쩝쩝 하며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무당은 지하에 있다고 한다.

2층 짜리 집에서 하필 지하에 있는 것이다.

 

나는 긴장감을 느끼며 핫산을 따라

이병철 혹은 이병철씨의 손을 잡고

어두운 지하를 향해 내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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