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심 2016.02.15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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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념 문제로 떠나버린 린다의 페이스북을 통해

최근 린다가 인천역 인근에 머문다는 걸 알게 되었다.

 

린다를 붙잡으러 인천으로 와서 

가장 싼 여인숙에 짐을 풀었는데

너무나 벽이 얇아 옆 방 남자가 (여자일지 모르지만)

방귀 뀌는 소리까지 상세히 들릴 정도다.

 

벽장만한 내 방에는 TV 조차 없었는데

옆 방의 TV 소리를 흠쳐 들으려 해도

양 쪽 방에서 나는 TV 소리가 혼합되어

정신이 없었다.

 

주인 아주머니에게 왜 내 방에는 TV가 없냐고 물으니

벽이 너무 얇아 방마다 TV를 놓으면 소리가 섞여

한 방 씩 걸러 놓을 수 밖에 없었다고 한다. 

 

즉, 내 방은 양 옆 숙박객의 즐거운 TV 시청을 위해 

존재하는 일종의 완충지대인 것이다.

아주머니는 대신 방값이 3000원 싸다는 말을 잊지 않았다.

 

나는 밖으로 나와 린다가 다녀갔던 

제물포 구락부와 인천 개황 박물관, 차이나 타운의 만두집

그리고 린다가 V자를 하고 요염한 표정으로 사진을 찍은 

자유공원의 맥아더 장군 동상을 둘러봤다.

 

자칭 공산주의자인 린다는

어째서 맥아더 장군의 동상 앞에서 사진을 찍었을까?

린다는 아직 어린 90년생이라 한국 전쟁과 맥아더에 대해 잘 몰랐던 것일까?

 

나는 맥아더 장군의 동상 앞에서 소주를 두어병 마시며

과거 맥아더 장군의 동상을 파괴하려 했던 한상렬 목사에 대해 생각했다.

 

mac.png

 

 

여인숙에 돌아와보니 세탁실 옆의 공용 빨래대에는

린다의 것과 꼭 같은 팬티가 널려있었다.

그것은 린다가 신주쿠까지 날라가 한정판으로 구매한 

유럽의 고가품으로 그리 흔한 것이 아니다.

 

나는 주인 아주머니에게 이 팬티의 주인이 누구인지 아냐고 물었다.

그러자 아주머니는 수상한 표정으로 나를 보며

몇일 전에 왔다가 오늘 낮에 짐을 싸서 떠난 서양 여자의 것이라고 말했다.

 

나는 그 서양 여자가 몹시 경박하게 웃지 않느냐고 물었고

아주머니는 몹시 경박하게 웃더라고 대답했다.

 

아뿔싸! 린다가 틀림 없다!

린다를 불과 몇시간 차로 놓치고 말았다.

 

나는 아주머니에게 팬티를 놓고간 서양 여자와 

동행하고 있는 남자가 있었냐고 물었다.

다행히 팬티를 놓고간 서양 여자는

내내 혼자였다는 말이 위안을 주었다.

 

이제 내가 할 수 일이라곤

린다가 잃어버린 팬티를 찾으려 돌아올때까지 

이 연옥 같은 완충지대에 잠복하고 있는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린다는 팬티를 찾으러 돌아올 것인가!

유럽의 유명 디자이너가 소량 제작한 한정판이긴 하지만 

린다는 돈도 많고 속옷도 많기 때문에 눈치채지 못할지도 모른다.

 

나는 보리차를 끓이는 아주머니 시선을 피해 

최대한 의연한 척 하며, 린다의 팬티에게 몰래 염을 걸었다.

 

"너의 주인이 너를 기억할 수 있도록!"

"너의 주인이 너를 한번 만 더 걸칠 수 있도록!"

"샤를마뉴야! 부디 힘을 내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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