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바람이 불었다. 조금상은 과거를 회상했다.

 

 

이틀 전

 

조금상은 제육볶음이 먹고 싶어 오후 2시 잠에서 깨어났다.

자주 가던 이화 식당이 문을 닫아 잠시 고민했다.

까마귀가 전봇대 위에 앉아 울고 있었고, 조금상은 점잖게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순간 2개월 전 방문한 백반집이 뇌리에 스쳤다.

 

"그래. 하는 수 없지."

 

그곳의 제육볶음은 맛이 없었다.

왼쪽 천장 모서리에 부착된 TV에서는 2016년 대통령 배 씨름왕 선발대회가 재방송 중이었다.

자글자글한 모래판 위에 씨름누나 이은주 선수와 해병대 출신 이대현 캐스터가 씨름을 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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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상은 미역초무침을 입에 넣었다.

이대현 캐스터가 모래를 흩뿌리며 뒹굴었다.

 

 

하루 전

 

"내가 지금 살아 있는 건지 죽어 있는 건지 알쏭달쏭한 판국에 지구가 동그랗든 평평하든 무슨 상관이야!"

 

영식이형이 신경질을 내며 쏘아 붙였다.

 

"그렇다 해도 지구는 둥글지 않아. 생각해봐. 저기 눈부시게 펼쳐져 있는 평평한 땅이 눈앞에 존재하는데 어떻게 지구가 둥글다고 생각할 수가 있지? 세상 사람들은 전부 미쳤어!"

 

조금상은 열띤 얼굴로 화제를 이어갔다.

 

"그럼 금상이 너는 정말로 지구가 평평하다고 생각하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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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평한 것만이 아니라 지구는 성서에 쓰여 있듯이 감실형태로 되어 있어. 직사각형 모양이고 북쪽으로는 엄청나게 큰 산이 우뚝 서있어. 그 너머에는 아담의 낙원이 있지. 큰 산을 중심으로 해가 돌고 있어. 해가 산 뒤쪽으로 옮겨가면서 밤이 시작 되는 거야. 알렉산드리아의 상인 코스마스 인디코플레우스테스가 <그리스도교 지지학>에서 직접 증명한 사실이지."

 

"그자는 네스토리우스파야. 이단이라고!"

 

"알고 있어! 그게 뭐 어때서!"

 

"그럼 너도 성모마리아 님의 신성을 부정한다는 거야?"

 

"지구는 둥글지 않아! 영식이형은 아무것도 모르면서!"

 

조금상은 영식이형을 밀치고 집 밖으로 뛰쳐나갔다.

 

 

현재

 

찬바람은 그칠 줄 몰랐다. 춥고 배고픈 조금상은 영식이형에게 돌아갈까 생각해 보았지만, 그의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다. 분노와 후회가 뒤섞여 그의 목덜미를 움켜쥐었다. 조금상은 땅이 끝나는 절벽 아래. 세상의 모든 바다가 모여드는 곳. 오직 신만이 알 수 있는 곳으로 흐르는 대양 속으로 빠져들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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