뚜이녹 2013.08.14 02:58
조회 수 1630 댓글 4

삼년전 이맘때의 일이다. 방학을 맞이해 내가 살고 있는 라오스 위앙짠까지 직접 찾아와준 중국인 펜팔 친구들과 함께 주린배를 채우기 위해 매콩강변에 있는 야시장에서 저렴한 뷔폐를 먹으로 갔다.

 

우리는 '라오스 랑구르(Laotian Langur)'라는 이름의 포장마차를 갔는데 그곳은 미얀마인이 운영하는 서른 가지 정도의 음식이 제공되던 뷔폐 형식의 가게였다. 그 가게를 방문할때 마다 마음에 걸리던 것이 있었는데 바로 계산대 옆에 걸린 미얀마의 악명높은 독재자 탄쉐(Than Shwe) 장군의 사진이었다. 멀쩡한 미얀마인이라면 탄쉐 대신 민주화 운동가 아웅산 수치(Aung San Suu Kyi) 여사의 사진을 걸어놓아야 마땅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래도 여기만큼 맛있는 곳도 없고 해서 자주 드나들었다. 주인 아저씨도 생각 보다는 싹싹했다.

 

어쨌든 우리는 세 사람이었고 주인 아저씨에게 각각 10000킵씩 총 30000킵을 냈다. 주인 아저씨는 잠시후 내 친구 두 명이 중국인인 것을 알아채더니 자신이 중국 무협 드라마 광팬이라며 특별 할인으로 5000킵을 깍아주었다. 나는 돌려받은 5000킵중에서 2000킵을 테이블을 돌아다니며 물을 따라주는 어린 알바생에게 팁으로 주고는 나머지 3000킵을 각각 1000킵씩 공평하게 나누어 가졌다. 중국인 친구들도 음식이 입맛에 맞는지 맛있게 먹었고 나는 기분이 좋아졌다. 이윽고 가게를 나와 나이트 클럽에 가기 위해 다시 메콩강변을 걸으며 나는 말했다.
 
"일인당 10000kip을 내고 1000kip씩 돌려 받았으니 일인당 9000kip으로 먹은거야. 참 저렴하지 않아?"

 

 그러자 한 명의 친구가 말했다.

"응, 뚜이, 그런 것 같아! 세명이서 27000킵이면 정말 싼 것 같아. 소년에게 2000킵의 팁을 주기도 잘한 것 같아."

 

그러자 다른 한 명의 친구가 발걸음을 멈추더니 물었다.

 "어엇! 이럴수가! 음식비 27000킵에 팁 2000킵을 합하면 29000킵이잖아! 맙소사! 그렇다면 대체 1000킵은 어디로 사라진거지?"

다른 친구도 거들었다.

"정말이네. 라오스 돈은 중국돈과 달리 이따금 증발해버리는 경우가 있나 보지?

 

나역시 발걸음을 멈추고는 머리를 굴려보았다.

 

"라오스돈도 중국돈과 마찬가지야. 어디론가 쉽게 증발해버리지는 않는다구! 처음부터 차근차근 계산해보자! 우리는 각자 10000킵을 내고 1000킵을 받았으니 일인당 9000킵을 낸거야. 즉, 9000 x 3 = 27000이야. 거기에 소년에게 준 팁이 2000이니까  27000 + 2000 = 29000. 허걱! 정말이잖아!"

 

대체 어디로 간걸까? 가게의 이름이기도 한 라오스 랑구르라는 종의 긴꼬리 원숭이가 재빠르게 가로챈 걸까? 아니면 부폐한 타쉐 장군이 슬쩍한 걸까? 몹시 혼란스러웠지만 아무래도 술에 취해 머리가 잘 돌아가지 않는 것이리라 여기고는 우리는 예정대로 나이트 클럽에 가서 새벽까지 술을 마시며 떠들썩하게 놀았다. 하지만 다음날 아침에도, 그리고 삼년이 흐른 지금까지도 여전히 1000킵의 행방을 도저히 알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여기 Q&A 게시판에 본 미스테리한 사건을 의뢰하고자 한다.

 

(1) 우리 세 사람은 각자 10000을 내고 5000을 돌려 받았다.
(2) 우리는 돌려받은 5000중 알바생에서 팁으로 2000을 주었다.
(3) 우리는 남은 3000을 각자 1000씩 나눠 가졌다.
(4) 처음 각자 10000을 내고 1000을 남겼으니 일인당 9000을 낸셈이다.
(5) 다시 말하지만 알바생에게 팁으로 2000을 주었다.

 

9000(일인당 낸돈) x 3 = 27000
27000 + 2000(알바생팁) = 29000

 

[의뢰] 처음 30000 이었던게 29000이 됐다. 나머지 1000은 대체 어디로 간 것인가?
[의뢰] 재빠른 긴꼬리 원숭이 라오스 랑구르의 짓인가? 교활한 탄쉐의 짓인가?

[의뢰] 믿고싶지 않지만 중국인의 짓꿏은 장난인가? 명탐정의 손길이 시급하다. 

 

Comment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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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뚜이녹 2013.08.14 11:03
    정답을 찾아주시는 선착순 1분께 1달러를 상품으로 드립니다.
  • profile
    관리자 2013.08.14 11:04

    이것은 정답을 굳이 찾을 필요도 없을만큼 단순하고 허탈한 의뢰지만
    상품 1달러를 차지할 기회를 여러분께 드리기 위해 정답 공개를 잠시 미루기로 하겠습니다.

  • ?
    저팔계 2013.08.14 11:17

    단연코 원숭이 놈의 소행이셔!
    팔계도 지난 세기, 인도 차이나를 놀러갔을때 원숭이 놈들에게 여러번 털리셨어!
    그네들이 흠친 돈을 과일상에게 갖다주고는 댓가로 바나나를 받아 챙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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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뚜이녹 2014.08.23 14:14

    1년 만에 보니, 나도 정답을 잊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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